국민권익위 발달장애인 돌봄방안, 이대로 가면 안 된다
시설수용 생존자, 장애인권운동가들이 올해 4월 당시 서울 혜화동 성당 종탑 위에서 “장애인 탈시설 권리”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이어갔던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 지난 25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에서 ‘발달장애인 맞춤형 돌봄 지원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복지부에 권고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같은 자립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획일적이기에 다름을 인정하고 선택지를 마련하고 시설에 남을 권리, 지역사회에 살아갈 권리, 그리고 그 삶을 선택할 권리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방안을 마련했단다.▲지원 의사결정 제도의 도입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의 확대·지정으로 전문 의료진과 행동 치료사의 상시 근무 기반 강화 ▲그룹홈, 도전적 행동치료 집중시설 등의 다양한 주거유형 도입 및 주거유형을 선택할 권리 보장 ▲지원주택 운영사업자와 활동지원기관 간의 공모에 의한 수급자 활동지원사 부정 등록, 활동지원 급여 허위 청구 등 보조금의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장애인복지법’에 법인 분리 및 겸직 금지조항을 신설 ▲국가/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의 전환 등이다.그런데 시설에 남을 권리를 선택지로 둔다는 점을 보면 좀 그렇다. 왜냐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장애인 정책 역사에서 ‘나를 시설에 입소시키게 하시오’라는 식으로 당사자가 시설을 선택으로 한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시설에 입소하는 게 대부분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한 마디로 당사자의 법적 능력은 박탈된 채 시설에 수용된다.만약 당사자의 욕구, 선호를 중시하고 존엄성을 증진하는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지역사회 서비스를 만들어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시설로 가겠다면 시설은 선택이란 말을 고민해보겠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서비스를 만든 적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돌봄 요구가 큰 장애인들은 시설만이 사실상의 유일한 선택지라 시설로 가는 거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사실상 강요된 선택이라 진정한 선택이 아니다. 종합하면 시설을 선택이라 함은 어불성설이다.그룹홈, 도전적 행동치료 집중시설 등 다양한 주거유형 도입하고, 주거유형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하는데, 그룹홈의 경우, 소규모이긴 하지만 규모가 작다 하더라도 선택권 통제 등의 시설적 요소가 있으면, 시설은 시설이다. 더군다나 직원들이 행정 일에 매달리고, 장애인들로 하여금 입주자들을 통제하는 방식의 그룹홈이 적지 않다. 그러니 그룹홈은 시설이고,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선 아예 시설로 본다. 그래서 주거유형에 그룹홈이 선택지로 될 수 없는 거다.서울특별시의회가 작년 6월 25일 오후 2시 제324회 정례회 본회의를 개최해 서울시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를 추진하려는 모습. ©서울특별시의회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의 확대·지정으로 전문 의료진과 행동치료사의 상시 근무 기반 강화하겠다는 방안이 있는데, 실제로 자폐성 장애는 뇌의 작동방식에 따른 다양성이자 차이다. 그렇지만 그런 장애특성으로 인한 행동을 행동치료사를 통해 행동 교정으로 장애를 완치하겠다는 건데, 행동이 완화될지 몰라도 완치가 안 된다. 오히려 그런 시도를 통해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인권이 침해되며 이들의 트라우마만 심해질 뿐이다.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겠다고 한다. 국가가 직접 운영하면, 예산 부족 때문에 허덕였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재정 운영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런데, 국가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나 유린의 경우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국가 운영 시 기관에서 오히려 인권침해·유린을 은폐할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또한, 장애인 인권침해가 제도적 미비나 정부 정책에 원인이 있다면 이에 대해 비판해야 맞지 않는가? 실제로 정부 정책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기관을 국가가 운영하겠다고 하면, 인권침해를 근절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비판 제기가 어려울 수 있는 거다. 국가와 시설에 독립적인 권익옹호기관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그리고 지금과 같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면 장애인 보호 기능이 국가와 옹호기관에 혼재된 셈이고 원래 이 기관이 가져야 하는 차별시정 기능은 사실상 어렵게 되는 거다. 결국, 이런 식이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 보호 기능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법무부 산하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 차별시정 기능을 해야 하지만, 장애 인식이 후진적인 법무부가 이 기관을 맡는 건 시기상조다.8년 전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개관 당시 기관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응원하는 모습. ⓒ이원무국민권익위가 활동지원 급여 부정수급 방지할 목적으로 '장애인복지법'상 법인 분리 및 겸직 금지 조항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 방안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게 활동지원인데, ‘자립생활’ 및 ‘사회생활’의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 부족으로, 활동지원사 역할이 ‘사회활동의 적극적 지원’인지, 아니면 단순 수발인지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장애인의 생업활동 지원은 활동지원에서 배제되지만, 생업 지원이 자립생활과 사회생활 참여에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어, 해석에 따라 논란이 생길 수 있다.이렇게 각 서비스 유형 내에서의 구체적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지자체나 감시기관에서 의심스러우면 행정 편의적으로 부정수급으로 간주하기 쉬워진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부정수급 단속이 과도하게 강조된 데는 명백한 가이드라인 부재도 한 몫 차지한다. 물론, 부정수급이 실제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것이 현실이지만 말이다.한편, 활동지원제도와 관련된 서비스지원종합조사표가 장애인의 욕구를 무시하고 의료적 기준에 기반한 거인 데다, 활동지원 급여가 예산에 따라 제한되는 방식이라 서비스양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장애인의 욕구에 따른 서비스지원종합조사표로 설계하고 급여 양도 충분하도록 예산을 확대하는 등 활동지원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아울러, 각 서비스 유형 내에서의 구체적 범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활동지원 부정수급 방지 위한 실질적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국민권익위 안에선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대책만 나온다. 그러면 실제 필요한 서비스를 받았음에도 부정수급 간주로, 급여 환수를 당하는 장애인이 생기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고, 급여도 충분치 않게 된다. 이런 방안이면 탈시설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립에 걸림돌만 될 뿐이다.결국, 이번에 내놓은 국민권익위 방안은 다름을 인정하고 선택지를 강화해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탈시설 왜곡으로 장애인의 존엄성 회복 및 다양성 존중은커녕 장애인을 차별·고문하는 셈이라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오히려 박탈될까 우려된다. 한국장애학회도 이번 국민권익위의 발달장애인 돌봄방안에 관한 우려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지금이라도 국민권익위는 이번 방안을 재고·수정해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탈시설 장애인 포함한 장애인들을 차별·고문하는 게 아닌 진정으로 존중하고 지지하는 정책을 고민·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번 방안을 추진하는 한, 시설수용이 국가폭력이란 본질을 가린 채, 그 피해는 고스란히 탈시설 장애인 등 장애인에게 돌아갈 것이다.-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