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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시설 장애인 접근권 미개선 ‘국가 책임’ vs ‘최선의 노력’ 팽팽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161회 작성일 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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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장기간 개정하지 않아 그동안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은 것은 국가의 책임일까? 또 해당 시행령을 오래 개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된다면 장애인의 정신적 손해가 인정돼 국가는 배상책임이 있을까?

대법원은 이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23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대법원장 및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건의 쟁점은 피고 대한민국이 소규모 소매점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과소하게 규정한 구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에 관한 여부와 행정입법 부작위가 위법하다고 볼 경우 그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다.

대법원 전경. ©에이블뉴스DB
대법원 전경. ©에이블뉴스DB

1998년 시행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바닥면적 300㎡(약 90평) 이상인 이용시설에만 편의시설이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이후 24년이 지난 2022년이 돼서야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바닥면적의 합계가 50㎡ 이상의 시설’에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되도록 규정됐다.

장애인들은 “국가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규정을 20년 넘도록 개정하지 않아 장애인등편의법,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보장한 접근권이 형해화됐다”고 주장하며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구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조항이 모법의 위임범위에서 벗어난 행정입법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위헌, 위법한 시행령으로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그 과정에서 고의·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편의점 편의시설 설치율 0.35% “이런 수치 만들어 낸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턱 때문에 휠체어가 접근하지 못하는 편의점.ⓒ에이블뉴스DB
턱 때문에 휠체어가 접근하지 못하는 편의점.ⓒ에이블뉴스DB


원고 측 대리인 공익법단체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행정입법 위법성 판단기준은 법원과 헌법판소에서는 세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행정청에 시행령을 개정할 법적 의무가 발생하고, 상당 기간 시행령 개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이에 관한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에 적용되는 장애인등편의법에서는 장애인 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와 같은 편의시설의 설치를 기본원칙을 정하고 접근권과 이에 따른 국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지만 시행령은 소매점일 경우 바닥면적 300㎡ 이상인 경우 편의시설 설치 의무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국에 바닥면적 300㎡ 이상에 이르는 소매점은 거의 없다는 점으로 서울 전체 편의점 중 바닥면적 300㎡ 이상인 곳은 1.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언 변호사는 “결국 시행령의 규정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접근권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모법의 위임범위를 일탈한 것이고 행정입법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이러한 위헌·위법적인 쟁점규정은 제정 즉시 개선돼야 했고, 설령 달리 보더라도 정비 기한이나 단계적 적용범위를 정하는 다른 사례를 참고했을 때 늦어도 3년이 지나서는 개선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 “이 문제에 대해 장애단체는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피고 대한민국은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질 때, 2009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발효됐을 때, 2014년에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가 있었을 때,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 바닥면적을 낮출 것을 권고했을 때 등 개선의 계기가 여러번 있었으나 바닥면적에 대한 첫 개정은 2022년 이 사건 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쟁점규정이 무효라는 판정 내린 직후에야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피고 대한민국 내부에서도 개정 필요성이 언급됐다. 그럼에도 방치된 시간 동안 정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피고는 계속해서 시설주의 부담, 소상공인의 부담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실태조사나 인식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국가차차원의 설치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런 납득할 수 없는 현실과 수치를 만들어 낸 것은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는 너무 높은 소규모 영업장 10cm 턱. ©에이블뉴스DB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는 너무 높은 소규모 영업장 10cm 턱. ©에이블뉴스DB


“부족하나마 정부는 장애인 접근권 등 지원 위해 최선의 노력 다하고 있다”

피고 측 대리인 정부법무공단 이산해 변호사는 “위법한 행정입법 부작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으로는 법령 등에 의한 자기 의무가 인정돼야 하고 그 부작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상실해 현저히 불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 등에 의한 작위의무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 법률 문헌에서 피고의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도출하기 어렵다. 쟁점규정은 장애인등편의법 7조에서 대통령령으로 편의시설 설치 대상을 정하도록 하고 있고 8조에서 편의시설 종류는 대상시설 규모 용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즉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적어도 법령 문헌상 작위의무는 인정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장 주요한 주장 내용인 소매점 경사로 설치 등 소매점 접근권의 수혜 대상은 지체장애인 중 휠체어 이용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장애유형은 지체·시각·청각·언어·지적·뇌병변·자폐성·정신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목적에 대해서 보더라도 접근권은 원칙적으로 모든 권리에 대한 보장, 접근에 대한 권리다. 그 접근권 중 소매점에 대한 접근권을 보더라도 접근권만이 아니라 이용권, 이동권이 함께 개선 보장돼야 하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산해 변호사는 “소매점 접근권만 보더라도 다른 권리에 대해서 활동보조서비스와 온라인 마트 이용 등 대체 수단이 많다는 특성이 있다”면서 “원고 측이 작위의무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2014년 권고 내용은 그 성격이 권고일뿐 아니라 그 내용이 공공시설 및 작업장 접근성 강화 내용이다. 또 인권위 권고는 2017년 이후 시행령 개정절차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둘다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원고들이 지적하는 기간에 장애인 접근권 확보를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했다. 장애인등편의법은 대부분 내용이 장애인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87차례 개정됐다. 또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장애인 접근권 강화 관련해 여러 법률 시행을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부족하나마 정부는 장애인 접근권을 포함한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 사건 쟁점 규정과 관련해서는 말씀드린 바와 같이 헌법 및 법률의 피고의 작위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피고의 부작위가 인정되더라도 부작위 위법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적용대상 3~5% 입법의무 게을리 한 것이 아닌가”

쟁점과 관련해 재판부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오경미 대법관은 “피고 측에서는 본인들께서 그동안 국가가 오랜 기간 장애인 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한 자료를 제출했다.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고 성과도 있는 것 같다. 그 노력 중 대표적으로 교통이동 편의와 활동지원을 말씀하셔서 지적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시설 접근권이다. 교통이동 편의를 보장해 장소에 갈 수 있도록 이동만 시켜주면 뭐하는가. 들어갈 수가 없는데. 특히 장애인 접근권이 쉽게 대체되는 권리라고 말하는 것에 놀랐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대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장애인은 집에만 있으라는 것인가. 또한 활동지원을 통해 미리미리 계획해 마트에 가라는 것으로 장애인 접근권이 쉽게 치환되는 권리라 생각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개발원 안성준 환경정책기획팀장은 “말씀하신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동해 목적지에 들어가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은 저희도 추구하는 바이다. 단지 정부에서는 그 부분들을 공공의 영역이라던가 규모가 큰 시설부터 순차적으로 내려오는 방안으로 진행했다고 보시면 어떨까 싶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지 정부에서는 그렇나 부분들을 공공의 영역이라던가 규모가 큰 시설부터 면적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와 국토부가 2008년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 제도를 통해 공공이 영역에서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바닥면적 구분을 없앴다. 지금 문제가 되는 소매점이라던가 소규모 생활 밀착형 시설에 대해서는 2000년 초부터 해서 점진적으로 강화해나가는 부분으로 1차로 2022년 첫 개정이 이뤄졌고 올해 9월에도 21개 시설을 대상으로 면적을 삭제하는 개정을 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권영준 대법관은 “피고 측은 재정 상황이나 소상공인의 수용가능성 등을 행정입법 부작위의 위법성 판단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2022년 1심 선고가 나온 2개월 후 개정을 했는데 2022년 개정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면 원고 측이 주장한 2008년, 2014년, 2017년이 올바른 선택지가 아니었을 이유가 있었는가? 어떤 사정의 변화가 있었다면 설명해달라”고 질문했다.

보건복지부 이춘희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상황의 변화보다는 장애인 관련된 다양한 요구들과 장애계 입법, 정부 정책 요구는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그런 과정에서 국가와 정부 부처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수준이 축적돼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2022년 판결을 계기로 입법을 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복지부는 2018년 인권위가 권고한 이후 바로 입법을 위한 준비 작업을 했다. 2018년 장애인편의시설설치 기준 정합성 제고 방안이라는 연구요역을 실시하고 2019년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위한 TF팀을 구성해 노력했으나 2020년 코로나로 인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했다. 이후 2021년이 되어 연구를 바탕으로 한 규제역량 분석서를 제출하고 8개월 후 승인받아 2022년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원고와 피고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소규모시설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와있지 않지만 적용 대상이 약 3%~5% 수준인 것 같다. 장애인등편의법이 시행령에 위임하며 구체적 범위는 정하지 않았지만, 조항에 접근권이라는 규정 자체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하라는 취지일 텐데 50%~70% 수치를 논하는 것도 아니고 3~5%의 수치는 너무나 입법 의무를 게을리한 게 숫자 자체로 명백한 게 아닌가 묻고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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