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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손제형 작가 발간 웹툰 만화책 ‘몬스터 코멧1’ 리뷰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850회 작성일 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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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작가 손제형이 글과 그림을 직접 쓰고 그린 SF 성장 웹툰 만화 ‘몬스터 코멧1’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달에 출판한 이 책의 출판사는 노드메이트다. 디자인 스튜디오 노드메이트의 창작 프로젝트 ‘마인’의 첫 작품이다. 노드메이트는 복합예술공간 갤러리도 운영하는 곳이다. 노드메이트는 예술과 예술을 연결해 주는 친구라는 뜻이다.

손제형은 1990년 건강하게 태어나 잘 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두 돌이 지나도록 말도 안 하고 눈 맞춤도 없어서 병원에 가서 검사와 진찰 끝에 2돌 반쯤에 자폐 진단을 받았다. 그때부터 놀이, 작업, 언어, 인지, 그룹 치료 등 최선을 다해서 갖은 치료를 했지만 눈 맞춤도 언어, 인지, 사회성, 학습 모두 아주 느리게 발달했고 결국 친구를 사귀어 감정을 교류하는 사회성 발달이 제일 어려운 문제로 남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리스신화에 대해 심취했다. 그리고 그리스신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 특히 ‘반지의 제왕’은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스신화는 생명의 탄생과 성장, 욕망과 투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문학의 원전은 그리스신화라고 하여 작품과 그리스신화와 연결하여 분석하는 것을 원형비평이라고 한다. 모든 문학적 모티브는 그리스신화에서 발현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리스신화 만화에서 출발하여 그리스신화와 관련된 전문 서적을 섭렵했다.

작가는 계원예술대학 디지털미디어과를 졸업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인지, 작가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특히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다. 대학에서 에니메이션과를 지망하고 싶었으나,  여러 환경상 어려워서 디지털미디어를 전공하면서 웹툰 만화를 혼자서 그렸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작가가 정규 학교에서 공부하고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따뜻한 마음과 온순함, 꾸준한 성실함으로 무장한 본인의 끝없는 노력이 있었고,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 학부모님들의 커다란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유아기 때부터 작가는 항상 공룡, 곤충, 파충류 등 힘세고 듬직한 동물들에 관심이 많았고, 세밀하게 관찰하고 상상하면서 놀고, 이런 동물들을 그리거나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 특히 만화적인 그림과 스토리에 열광하여 본인의 말투나 행동에도 만화적인 표현이 나오곤 했다.

항상 ‘자신은 만화가가 될 것이고, 자기 만화를 그릴 것이다’라고 말하며 수없이 많은 공룡, 용깨비, 도깨비, 괴물, 곤충, 동물들을 그렸다. ‘몬스터 코멧’에 등장하는 용깨비 캐릭터는 이미 이때부터 존재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동물이나 만화만의 세계가 아닌 사람, 친구들과의 이해와 자기표현, 교류를 위해서 연극학교, 독서, 글짓기 등의 모임에 참가해서 자기를 표현하게 했지만, 친구를 사귀는 일은 너무나 어려웠다.

사람들의 희노애락의 감정 이해와 표현, 사람들 간의 교류나 관계 맺음, 사회성 발달을 위해 작가가 좋아하는 에니메이션 영화, 히어로물의 영화, 김과장, 미생, 왕건 같은 드라마, 1박 2일개그콘서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tv 프로그램을 온가족이 같이 시청하면서 손뼉 치며 웃고 떠들고 이야기를 나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폐인들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는 사회적기업인 ‘오티스타’에서 6년간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회사의 상사와 동료 디자이너들과 업무를 하면서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책임, 의무 등 사회성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그렇지만 발달한 양만큼의 엄청난 스트레스도 생겼다.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목적으로 상담 치료를 했다.

상담 치료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그림 특히 스토리가 있는 '웹툰'을 그리고 싶다는 내면의 소리를 찾았다. 자신만의 '웹툰'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서 6년간 다니던 디자인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상상하던 캐릭터로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늘 생각하고 그리던 만화 그림들이었지만, 작가 마음 안에 있는 중구난방 방대하게 흩어져 있었던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구성하여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은 매우 어려웠고, 매일 조금씩 다르게 변하고 스토리는 방황했다. 2021년 다행히도 ‘노드메이트’에서 괴물만 그리는 고교생, 동화책을 만들고 싶은 유치원 선생님, 자신의 소설책을 쓰는 작가, 자신의 설치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이 제작했던, 자기 작품을 보여주고 발표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임이 있다 하여 작가도 참석하여 3년간 꾸준하게 발표했다.

‘몬스터 코멧1’ 스토리를 구성하고 캐릭터를 디자인하여 발표하면서 스스로 만족도하고 수정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공감에 기뻐했고, 질문과 평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답변하면서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도 생겼다.

수십 번의 스토리 수정을 반복하고, 한 달 동안 공들여 그린 그림을 다 지우고 다시 새롭게 디자인하여 그려야 하는 일들이 수도 없이 생겨나도 좌절하거나 짜증 내지 않고, 기꺼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몬스터 코멧1’의 스토리와 작업 과정에는 작가의 힘들었던 성장 과정이 비추어 보인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만화를 그리면서 적극적인 눈 맞춤과 대화,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2022년부터는 만화를 더 잘 그리기 위해서 레지던시 ‘도와지’에서 만화의 기초와 회화를 지도받고 아크릴 유화, 과슈, 수묵 등으로 코뿔소, 코끼리, 고릴라, 표범 등의 동물 그림을 많이 그리고 있다. 굳건한 중심을 갖고 자신과 가족을 잘 지키는 작가가 닮고 싶은 크고 믿음직한 동물들에 자신을 투영하여 표현하고 있다. 캔버스와 종이에 동물들을 그리는 회화작업과 컴퓨터로 스토리가 있는 웹툰 제작을 꾸준하게 병행해 왔던 것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 안에 있는 감정과 생각을 끌어내어 시각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데에 도움을 준 것 같다.

그리스신화에는 천둥, 번개, 무기 등을 만드는 기술자들은 지하에서 살았고, 이들은 모두 장애인들이었다. 몬스터는 라틴어로 경고, 나쁜 징조를 의미하고, 초능력자, 기형아, 장애인, 괴물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장애인이란 의미는 사라지고, 능력자란 의미가 되었다.

작가는 자폐 세계 속에서 세상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늘 상상했다. 동화에서 도깨비가 복을 주거나, 그리스신화에서 초능력자가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자신이 망망한 우주 속에서 항해하여 엄마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세상을 찾는 여정과 유사하다.

‘몬스터 코멧1’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작가는 자신의 동굴 속에서 용깨비 이야기를 길어냈다. 용깨비는 공룡으로 변신할 수 있는 외계 종족인데, 그들의 작은 행성 안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그 힘을 대대적으로 분출하여 넓은 우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데 주인공 '알로'의 이버지만이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초능력을 갖고 있었고, 이 능력은 알로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알로는 같은 종족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 용깨비 행성은 현재 냉혹한 적자생존의 원칙이 지배하고 있다.

강한 공룡으로 변신하지 못하거나 약한 개체들은 주류 사회로부터 쫒겨나 변방에서 그들만의 군락을 이루고 살아간다. 그 변방의 군락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주인공 '알로'이다. 그는 홀로 푸른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녔다. (다른 용깨비들은 빨간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갖고 있다) 일반 용깨비 종족과 다른 푸른 눈동자와 머리카락은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초능력(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류 사회의 종족들과 다른 모습을 숨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현재 자기 능력을 잘못 발산하여 마을에서 쫒겨난 상태이며, 광야에서 홀로 머물며 자기를 시험하고 수련하는 중이다. 공룡들과 대련하며, 자신의 정상성과 특별함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신의 초능력을 잘 사용하여 자신의 종족과 마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작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다. 단어를 벽돌처럼 하나씩 쌓아가며 배우던,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소리를 통제하며 어릴 적부터 스스로 의심하고 수련해 온 시간들이, 그리고 만화라는 창구를 통해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지금이, 답답하고 비정한 용깨비 행성을 벗어나 자유로운 모험을 떠나고자 하는 알로의 모습에 비추어 보인다.

광야에서 자신을 시험하고 단련하며 1년여 시간을 보낸 시점, 우주를 모험하고 싶었던 지구 소녀 '소영'이 모험을 함께 할 파트너를 찾아서 우주를 헤매다가 알로가 있는 광야에 불시착하고 공룡들의 공격을 받고 위기에 처했을 때, 알로가 변신하여 공룡들로부터 구해준다. 하지만 알로는 변신할 때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쓰러졌다가 깨어난다. 알로는 변신할 때 미숙하여 에너지를 너무 소진하거나 폭발하여 자신과 이웃을 해칠 수도 있다. 소영은 전설의 용깨비와 닮은 알로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함께 모험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종족의 우두머리 즉 족장인 알로의 어머니 '루비 라비린스'는 알로의 위기를 감지하고 보호하려고 알로를 찾아온다. 어머니는 '모험을 찾아 우주로 떠나자'는 소영의 말에 불같이 화를 내며 '우주는 위험하다'고 반대한다. 하지만 소영과 알로가 우주 모험을 떠나려 하자, 알로를 보호하려는 어머니는 소영과 알로를 공격해서 강제로라도 알로를 붙잡아 두려한다.

결국 어머니와의 결투에서 이긴 알로는 어머니를 뿌리치고 소영과 함께 우주선을 타고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모든 사랑과 힘을 다해서 알로를 키우고 보호해 왔던 어머니 루비 라비린스는 걱정되지만, 알로의 '홀로서기'를 인정하고, 알로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이해하지만 '홀로서기'를 통해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친구와 함께 떠나게 된다.

작가는 알로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고 있으며, 소영을 통해서 공감하고 이해하는 우정을 맘껏 표현하고 있다. 또 어머니로부터 스스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죽기를 각오할 만큼의 어려운 분리과정이 있음을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세상을 향한 당신의 용기는 기적입니다.’ 앞으로 전개될 우주 모험은 새로운 행성들에서 어려움들을 극복해 가며 친구들을 사귀고 악당들을 물리치고 가족과 이웃을 구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다. 작가는 제2권을 구상중에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 함께 살지만 항상 혼자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도전은 무엇이며, 살아가는 목표는 무엇이고, 우리의 삶의 무게는 무엇인가? 이런 문제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비장애인이나 마찬가지다. 불편한 사람에게 편한 세상이 비장애인에게는 더욱 편하듯이 장애인의 이야기가 비장애인에게는 모두가 장애인과 같은 상황임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모두 존엄한 몬스터임을 일깨워준다.

그리스신화의 신들이 우리의 모습이듯이, 알로의 삶이 우리의 삶이다. 누구나 장애인이며, 누구나 정상인이다. 알로가 주인공이 되어 우리의 삶을 웹톤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연계성으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스토리의 탄탄함과 상상의 풍부함에 감탄하며 지금의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 용기를 갖고 해방을 꿈꾸며 환호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픈 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성장 웹툰이라 부른다. 이제 작가는 세상과 문을 닫고 어릴 적부터 혼자 수없이 되뇌어 왔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하기 위해 여러분을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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