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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수용자에 대한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장애인의 조력받을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A씨와 뇌전증장애인 B씨가 구치소에 수감되어 같은 거실에서 생활하던 중 B씨가 A씨를 폭행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구치소로부터 장애인 수용자에 대한 형사 절차상 권리를 보장 받지 못했다면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구치소 측은 A‧B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당사자의 주장 외에 발달장애인이라고 인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고 의사소통이 원활했을 뿐만 아니라 B씨에 대한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했고,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면서 조사를 진행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B씨의 피의자신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의 조력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6항은 사법기관이 형사사법 절차에 앞서 피해자나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를 우선해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사건관계인에게 의무적으로 알림으로써, 장애인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받기를 신청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진술조력인 등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B씨가 장애인복지법 상의 등록 장애인은 아니나, 만 14세이던 2018년에 뇌전증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기적으로 약 처방을 받고 있는바, 장기간 개인의 일상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에 해당한다”면서 “지적장애는 아니나 지적 능력이 경계성 수준의 지능(IQ 70~80)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시하거나 법률적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수사 과정에서 방어권, 진술권 등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하기에 부모 등으로부터 조력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법무부가 이 사건의 진정이 제기된 이후인 2023년 3월 발달장애인 전담조사제 도입 등 수사절차를 개선해 A에 대한 진정은 별도의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로 보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수용자에 대한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장애인의 조력받을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 등을 개선할 것, 해당 구치소장에게 유사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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