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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기사

‘4월 2일 세계 자폐인의 날’, 자폐인 인권·자유 침해하는 언론·사회는 그만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1,235회 작성일 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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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2일은 전 세계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제고를 목적으로 UN에서 세계 자폐인의 날로 정해 행사를 진행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선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 및 이해 취지에서 파란색 조명을 밝히는 행사를 한다. 우리나라에선 보건복지부와 민간단체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가 공동주관해 ‘자폐인의 날’ 행사를 한다.

그런데, 매년 ‘자폐인의 날’ 행사를 참석해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답답한 감을 지울 수 없다. 2년 전만 해도, 보건복지부는 2018년 발표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과 관련해 예산을 확보했다고 행사 때 발표했는데, 이 대책은 ‘권리의 주체’이기는커녕 자폐성 장애인을 돌봄의 객체로 보는 관점의 대책들만 들어 있다. 돌봄을 어떻게 권리의 주체와 관련된 정책으로 연결시키나 하는 고민조차 찾아볼 수 없는 시혜와 동정의 끝판왕 대책인 셈이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제고하고 문제행동을 치료하기 위한 거점 강화 행동발달증진센터를 지속 확충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행동이라는 게 뇌의 작동방식에서 오는 차이점임을 모르고서 오로지 행동만 고치려고 한다. 자폐성 장애인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에 기반한 것이 아닌 치료기에, 인권침해이며, 문제행동이라는 것도 순전 비장애 중심의 시각일 뿐이다. 다양성의 일종인 자폐성 장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이를 말살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또 행사에서 발언했던 한 의사는 자폐성 장애인의 문제는 사회성 문제라 하는데, 이 사회성이라는 게 비장애 중심 개념이다. 비장애인도 자폐성 장애인에게 무슨 마음이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고, 서로 경험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 대화하면 공감대 형성하는 자폐인들이 적지 않다. 이를 어느 정도 설명하는 이중공감이론(Double Empathy Theory)이 있기도 하다. 그러니 자폐성 장애인을 대하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비장애인도 배워야 하는 부분이 있단 말이다.

보전복지부나 정신과 의사 등의 발언을 듣다 보면, 아직도 장애의 의료적 관점에서 자폐성 장애인을 바라보는 건 여전하고, 이들은 워낙 오랫동안 그 사고에 길들여 있다 보니, 이걸 바꾼다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외에도 시상을 받는 자폐성 장애인들이 나오는 부분이 행사를 위한 구색 맞추기일 뿐이란 생각만 들고, 이들의 부모들과 자폐인 관련 종사자들이 치하받는 부분들로 가득한 행사다. ‘자폐인의 날’의 자폐인이란 그냥 이 행사를 빛내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단언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 1년 동안에도 자폐성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들이 가득했는데, 자폐를 다양성의 관점이 아닌 치료의 관점에서 다루는 기사 제목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저번 주만 해도 ‘임신 중 커피 많이 마시면 아이 ’자폐증‘ 위험 높여’(조선일보 3월 27일 자 기사), ‘소독제 살균제 남용하면 위험?··· 자폐증 악화에 영향’(코메디뉴스 3월 26일 기사) 등의 기사 제목이 있었다.

조선일보 기사의 경우 카페인이 산모와 아기 모두의 수면 능력에 영향을 끼친다며, 장내 미생물 관리가 자폐증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는 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코메디뉴스 기사엔 화학물질과 어린이 자폐 스펙트럼 증상의 악화와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는 내용도 있다. 제목에서 짐작했던 대로, 내용도 자폐성 장애를 자폐증이란 고칠 수 있는 병으로 호도하며, 장애인차별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내 아이가 자폐라고?” 억장 와르르··· 숨겨진 능력 드러나자 반전 이란 제목의 매일경제 기사 일부 ⓒ매일경제 기사 갈무리
독자들의 마음속에 자폐에 대한 기존 서사를 강화하는 기사 제목도 있다. “내 아이가 자폐라고?” 억장 와르르··· 숨겨진 능력 드러나자 반전(매일경제 2024년 3월 1일 기사)이라는 제목이 있는데, 자폐성 장애에 대해 억장이 무너진다는 식으로 이 장애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자폐가 있는 사람에게 뭔가 특별하게 숨겨진 능력이 있다는 생각을 이 제목만 보고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기존 서사란 자폐성 장애인 하면 돌봄 요구가 크거나 속된 말로 천재인 자폐인만 있다고 생각하는 걸 말한다. 그런데, 자폐성 장애인 가운데는 무발화 자폐인, 자기 자극을 하는 자폐성 장애인, 인지능력 있으나, 눈치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사회에서 배제당하지 않도록 사회 생존 전략으로 자신의 특성을 감추지만, 정신건강은 위협받는 자폐인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우리나라에선 그냥 겉에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기에, 주류사회에서 잘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해 무지하게 되니, 자폐성 장애인 하면 속된 말로 천재나 돌봄 요구 큰 자폐인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거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내 아이가 자폐라고?” 억장 와르르···숨겨진 능력 드러나자 반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클릭 수가 많아질 거다.

클릭 수가 많으면, 언론 이득·매출에 도움이 되고 장애 등의 다양성에 대해 언론이 대체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니, 그런 기사 제목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이런 제목들은 정체성과 다양성 중 하나인 자폐에 관한 제한된 이해나 부정적인 생각을 부추기게 해 자폐성 장애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증폭하게 만든다. 그러기에 사실을 말하고 이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좋은 기사이겠으나, 이런 기사들은 사람들이 잘 읽지 않아 언론 이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소수에 불과한 거다.

기사와 관련해 전체 내용을 요약하면 자폐성 장애인이 패턴 분석 능력을 통해 발명품을 쏟아 내거나, 마음을 가라앉히는 등 인류의 발전에 공헌하고, 패턴 감지 능력으로 자폐인이 과학, 수학, 기술, 공학에서 연구하는 비율이 높다는 거다. 그러기에 ’자폐인들의 사고방식이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냈다‘(서울경제 2024년 3월 8일 기사)는 기사 제목처럼 제목을 짓고, ’패턴 시커‘라는 책을 소개하고, 마지막에 신경다양성에 대해 소개해야 제대로 된 기사라고 개인적으론 본다.

한편 작년 웹툰 작가 사태와 관련해 언론들은 그의 아들의 바지 내리는 행동에만 초점을 두며 훌러덩 내렸다는 식으로 자극적인 뉘앙스의 기사 제목을 썼다. 내용도 행동에만 주로 초점을 맞췄을 뿐, 행동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이 적지 않은 현실 등의 사회적 정황들과 맥락들, 그리고 아들이 바지를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한 맥락 등을 분석해 보도하지는 않았다.

그 결과 장애아는 죽여야 한다, 장애인은 분리해 가둬야 한다는 등의 원색적인 혐오 발언들이 온라인상에 팽배했다. 물론 주호민 아들의 행동과 관련해 맥락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발언과 칼럼이 일부 있긴 했지만, 혐오는 걷잡을 수 없었다. 기사 클릭 수가 많아져 언론은 손해 볼 것이 없었을진 몰라도, 자극적 뉘앙스로 기사를 쓰는 행태는 자폐성 장애 학생 및 자폐인 혐오를 부추길 뿐이었고, 이를 본 자폐성 장애인들의 심정은 참담했다.


미혼율 100% 자폐성 장애인···"이성 만날 기회도 없어요" 란 기사제목의 기사 중 일부. ⓒ여성경제신문 기사 갈무리
이런 기사도 있다. ’미혼율 100% 자폐성 장애인···"이성 만날 기회도 없어요"(여성경제신문, 2024년 3월 26일 기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내용이 장애 특성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어려움 있고, 자폐인의 사회적 참여가 저조한 등, 사회적 교류에 한계가 있으니 상호작용과 대인관계 기술을 익히는 사회적 프로그램이 형성된다면 자폐인 결혼에 효과적일 것이란 등의 내용이다.

물론 반은 맞다. 하지만 이런 건 순전 신경 전형적(비장애) 관점에서만 서술된 거다. 사회적 참여 저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들 가운데는 장애 등 다양성 수용을 위한 국가 전략 부재와 이로 인한 혐오 팽배, 초·중등교육에 있어서 실질적인 통합교육 부재, 성적 자기결정권을 고려하지 않은 성교육 현실 등의 사회적 환경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심층적으로 분석·규명한 내용들을 추가해야 한다.

심층 분석·규명한 내용들을 가지고 결혼을 할 권리가 사실상 박탈된 자폐인들의 현실을 타개하고 이들의 결혼할 권리를 증진할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나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 현실을 심층 분석하고 이를 통해 자폐인의 권리 증진 방안을 제시하는 그런 기사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사들이 전과 비교해 조금 늘어나긴 했어도 아직 소수에 불과한 건 여전하다.

이외에도 ‘자폐 극복연기’ 김세정, 자폐인사랑협회에 5천만원 전달…기부 이유 봤더니 ‘뭉클’(해럴드경제, 2023년 12월 23일 기사)이란 기사 제목을 보면, 장애는 고치는 거란 인식이 팽배한 이 사회에서 제목만 보고도 독자들은 자폐를 고칠 수 있는 자폐증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자폐는 자폐성 장애이고, 고치거나 극복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차라리 기사 제목을 쓴 헤럴드 경제 기자의 자페성 장애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나 극복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정리하면, 행동과 관련된 사회적 맥락과 정황을 분석해 보도하고, 기사 제목에 자폐 극복이라던지, 훌러덩 내린다는 식처럼 자폐인을 차별하고 자극적인 어조로 자폐인 혐오 분위기를 만드는 제목 짓기는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기사 내용은 자폐성 장애인 차별했다는 사실 보도를 넘어, 그것이 발생하게 된 사회적 맥락은 물론, 자폐인 권리 증진 방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자폐인의 인권을 고려한 보도가 되어야 한다. 이런 건 장애인 학대 보도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자폐인 인권을 고려한 보도가 되기 위해선 언론인을 포함한 언론기관에 장애 수용 교육과 장애인권리협약 정신과 내용을 반영한 장애인식 교육을 훈련 수준으로 교육하고, 이걸 보도지침에 적용해 보도해야 한다. 보도에 대해 자폐성 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 당사자와 시민사회의 피드백을 받는 시스템이 언론기관들에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하고 분석해 보도하는 기사를 장려하는 언론 구조로 바뀌도록 사회에서 조치를 취해야 함은 물론이다.


Autism Awareness Puzzle. ⓒPixabay
그런데 이런 건 평소에 거의 안 하고,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 이행도 하지 않고, 자극적인 기사로 자폐인을 혐오하며, 아직도 자폐성 장애를 고치거나 극복하는 걸로 인식하도록 대중들을 호도하고, 자폐인 관련한 기존 서사가 반복되는 건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평소엔 자폐성 장애인을 차별·혐오하고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유지하는 언론과 이 사회가 4월 2일 ‘자폐인의 날’ 행사 달랑 하나 하는 거로, 자폐인을 위하는 것처럼 하려는 요식 행태는 권위주의적인 느낌에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자폐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들 하나, 내가 보기엔 고인지든, 저인지든 상관없이 자폐성 장애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게 2024년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단언하련다.

언론에서 훈련 수준의 자폐 수용 교육과 신경다양성 및 자폐성 장애인 인권 증진 관점에 기반한 보도를 철저히 하고, 정부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을 인권이란 렌즈로 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이행하는 걸 통해 자폐성 장애인의 존엄성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이야말로 나를 포함한 자폐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 터이다.

장애의 인권적 모델이 구현되는 사회야말로, 자폐성 장애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봄임을 말이다.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일시적인 봄 같은 거 말고 자폐성 장애인이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를 지속적으로 누리는 그런 봄을 보고 싶다. 요란하고 형식적인 ‘자폐인의 날’ 행사 진행·보도는 잘하나 평소 자폐인을 혐오·차별하며 이들의 자유·인권 침해를 부추기는 언론·사회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그나저나 어제가 만우절이라, ‘장애의 인권적 모델이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했습니다’란 거짓말을 페이스북으로 하고 싶긴 했지만 아쉽게도 못했다. 하지만 이 거짓말이 거짓말 아닌 현실이라면 어떨까? 아무튼, 기분 좋은 상상은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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