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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기사

장애인의 독립, 실수하며 배운다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852회 작성일 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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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받기까지 열흘가량이 남았는데 생활비가 바닥을 보이던 때가 있었다. 밖에 나갔을 때 식사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경조사가 네 건이나 발생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지출이 발생한 것이 이유였다. 급여일까지 고정비를 계산해 보니 현금이 떨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했고 신용카드 사용액 역시 갚아야 할 돈이었기에 그 다음달까지도 평소보다 더 절약하며 지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오랜만에 부모님댁에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연치않게 지난 일을 이야기하니 그렇게 돈이 쪼들렸으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 해결하고 신용카드는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포함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래도 내 선에서 해결했으니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도 가족들의 걱정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아 “괜히 이야기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음식 잘못 사고, 에어컨 가동시간 조절못해 요금 폭탄, 그래도 거기서 배우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이 확정되었을 때 처음에는 마냥 좋기만 했다. “드디어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구나, 새로 가는 곳에서 잘 할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만 앞서있던 상태였고 여러 가지 실수들도 줄을 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음식 문제, 스스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고, 음식의 보관 기간 또한 제대로 알지 못해 섭취 가능 기간을 넘기거나 버리게 되는 음식들이 생겨났고, 고기나 생선류 등을 잘못 먹어 고생하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고기나 생선은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빨리 먹어야 음식이 변하지 않는데 그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나름대로는 생활비를 아껴보겠다는 마음으로 마트를 방문하여 세일 하는 제품을 구입했지만 저렴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지나치게 임박해 있거나 동종 제품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해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간 것들도 적지 않았다.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게 되는 또 다른 부분 중 하나는 한달 생활비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전기 가스 및 기타 공과금을 내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직장 동료들이 여름에 에어컨을 많이 틀었더니 전기료만 상당히 많이 나왔다라고 할 때도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

마침 자취를 처음 시작하던 시기는 8월, 지금과 같이 한참 더울 때였고, 방에 에어컨이 설치된 것이 마냥 좋기만 했다. 선풍기를 제외한 다른 냉방기기를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본가와는 달리 내가 원하는 때에 언제나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어서였다.

“장애인 할인을 받으니 전기료도 얼마 안 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편안한 마음으로 자취 첫 달에 에어컨을 사용했지만 다음달에 청구된 고지서의 금액은 예상을 휠씬 넘어섰다. 그리고 그 결과 일주일에 두 번은 구내식당 대신 편의점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경험으로 겨울에 난방비를 아끼는 방법도 집중해서 검색하게 되었다. 물론 겨울에도 입이 떡 벌어지는 가스요금 청구서를 받아야 했지만, 복지할인을 감안해도 선방했고 할 만큼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여름의 학습효과 덕분이었다.

독립이라는 것이 그렇다. 생각보다 나갈 돈이 많고, 부모님이 숙식을 제공하는 때와는 다르지만 이런저런 실수를 통해 하나씩 배우며 다듬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겪는 과정이고, 특히 장애인의 경우 유형과 각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서 비장애인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취를 시작하는 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비용의 대부분을 한달 동안 온전히 스스로 책임진 경험이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글의 시작 부분에서와 같이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비용들 때문에 고생도 있겠지만, 그 과정을 겪으면서 가정에서와 다르게 돈을 쓰는 데 조금은 신중해지고, 부모님과 함께 살 때 큰 부담 없이 마시던 커피 한잔도 “지금 이걸 꼭 마셔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소소한 부분에서 절약하는 것을 알게 된다.


자취를 하다 보면 커피 한잔도 고민할 때가 있다 "먹고 싶다" 가 아닌 " 지금 꼭 필요한 지출인가" 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정현석
장애를 가진 지인 중 누군가는 이런저런 잦은 실수들이 쉽게 개선이 안되는 것 같다는 이유로 다시 가족과 함께 살 것을 권유받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독립은 부모님이 모두 이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겨질 때를 대비하는 과정이다.

당사자가 독립을 결정하고 가족들이 그것을 이해하기 전까지 오랜 시간 동안 갈등을 겪는 것이 현실이지만 “나가 살다 안 되면 다시 부모님 댁으로 돌아가면 되지 뭐”라는 마음으로 독립을 결정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넌 왜 아직도 이 모양이야?”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좀 더 길게 보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진정한 휴가는 장애인 당사자의 독립에서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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