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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기사

[제보는Y] 시각장애인에 요금 덤터기...점자계약서 없어 속수무책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2,887회 작성일 21-05-31

본문

    
[앵커]
휴대전화 대리점이 고객인 시각 장애인 몰래 휴대전화를 개통해 덤터기 요금을 씌웠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상대로 한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허술한 현행법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제보는 Y],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4월, 고장 난 휴대전화를 고치러 휴대전화 대리점을 찾은 박명화 씨.

수리하는 대신 새 전화기로 싼값에 바꿔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중증 시각장애인이라 계약서 내용을 읽을 수 없었던 박 씨는 직원 말만 믿고 시키는 대로 서명했습니다.

[박명화 / 시각장애인 사기 피해자 : 시각장애인들이 읽어볼 수가 있어요, 뭐가 있어요. 그니까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인데….]

그런데 여섯 달 뒤, 자동이체 내역을 확인하다가 휴대전화 두 대 몫의 요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대리점 직원이 박 씨 명의로 휴대전화 한 대를 몰래 개통한 겁니다.

사용하지도 않는 휴대전화 요금으로 빠져나간 돈만 60만 원.

[박명화 / 사기 피해자 : 대략 그게 60 몇만 원 돼요. 위약금까지 해서.]

박 씨가 두 번이나 찾아가 항의한 끝에 해당 대리점은 휴대전화 한 대를 해지해줬지만, 이미 낸 요금은 돌려줄 수 없다며 그만둔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해당 이동통신사도 계약서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책임질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박 씨는 해당 직원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박명화 / 사기 피해자 : 이렇게 피해를 주면 피해를 준 사람한테는 피해보상을 해야 되는 거고. 제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한데요, 이것 때문에.]

시각장애인 유지윤 씨는 4년 전, 한 보험 상품 설명회에서 350만 원을 내고 상조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지난해 6월, 급한 돈이 필요해 보험을 해약하려고 문의했더니 설명과 전혀 다른 180만 원짜리 상품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계약은 말로만 이뤄졌고, 직원이 읽어주는 내용을 녹음해두지도 않아 증거도 없었습니다.

[유지윤 / 사기 피해자 : 황당한 거죠. 여기저기 알아봐도 그거는 할 수 없고. 계약서가 있으니까, 계약서대로 하는 거라고. 어쩔 수가 없잖아요.]

이처럼 시각장애인을 속이는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장애인 학대로 접수된 사건 가운데 경제적 착취는 26%에 달했습니다.

처음 조사했던 2018년(24.5%)보다 늘어난 수치인데,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은종군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 해마다 계속 증가하고 있고요. 2020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예비집계 된 거로는 전체 학대에서 가장 많은 유형을….]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허술한 현행법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게 악의적인 차별행위를 저지르면 최대 3천만 원까지 벌금을 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악의적인 차별행위'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장애인을 차별하더라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정섭 /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상담실장 : 장애인차별금지법, 그런 법률에 따라서 장애인들에게 그런 편의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있지만 그게 다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거든요….]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뚜렷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상품 판매 때는 점자나 큰 문자자료, 화면낭독 프로그램 같은 보조 수단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성연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 이런 대응체계가 사실은 법안에 좀 명확하게 규정이 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계약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관들을 이런 부분에서 규제하고….]

장애인 단체는 또, 비장애인이 거래 과정에 동반하게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YTN 김철희[kchee2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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