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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기 회장과 박경석 이사장이 18일 휠체어를 타고 자진노역에 나섰다. | |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2019년 2월 설날 연휴 서울역 농성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100만 원
2019년 8월 국민연금관리공단 앞 농성, (8차선 도로점검) : 일반교통방해 500만 원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라 외치자 벌금 고지서가 날아왔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앞으로 총 600만 원의 벌금 고지서가 쌓였다.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다'라고 생각한 최 회장은 벌금형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진 노역'을 결심했다.
26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척수장애인인 최 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몸이 불편하겠지만, 어떻게든 버텨볼 것"이라고 힘을 줬다. 소변줄을 갈아주거나 좌약을 넣어줄 사람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지만 그는 "백 번 다시 생각해도 뭐를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반성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장애인 인권투쟁에 말도 안 되는 현행법 잣대를 들이댄 사람들"이라고 일갈했다.
최 회장을 포함한 중증장애인 활동가 4명이 18일 오후 자진 노역에 나섰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대표, 이형숙 전장연 상임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이다.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110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받은 이들은 이날, 휠체어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해 하루 10만 원이 감해지는 노역으로 벌금을 대신하기로 했다.
"장애인 투쟁, 국가가 돈으로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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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숙 권달주 전장연 대표가 18일 자진노역했다. | |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이형숙(55) 대표는 노역이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2015년과 2017년에도 자진 노역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한 결과였다. 당시 그는 일반교통방해·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벌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구치소로 향했다. 이 대표는 지체장애인이지만, 구치소에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는 수감된 방안을 기어 다니며 지냈다.
2019년 7월 1일로 장애등급제는 폐지됐지만, 그가 처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2018년 10월 장애인 예산안 투쟁을 하며 국회에서 당시 야당인 새누리당 당사까지 행진했고, 여기에 200만 원의 벌금(일반교통방해)이 부가됐다. 이외에도 2016년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2019년 서울시 장애인예산안 확보 투쟁을 하다 총 1000여만 원에 이르는 벌금을 내게 됐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가가 법을 앞세워 인권활동을 탄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경석 이사장 역시 이번이 두 번째 노역이다. 그는 2014년, 200만 원의 벌금을 노역으로 대신하겠다며, 서울구치소에 자진 수감됐다. 당시 검찰은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화재로 사망한 동료 활동가의 노제를 치른 박 이사장에게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 대표와 함께 2018년에 한 장애인 예산안 투쟁으로 벌금 고지서를 받은 그의 혐의는 여전히 일반교통방해다.
박 이사장은 장애인 예산안 확보 투쟁을 비롯한 총 3건의 집회·시위로 벌금 1100여만 원을 선고받았다. 박 이사장은 "장애인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나 고민하며 정당을 찾아갔던 것 뿐인데, 현실법상의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금이 부과됐다"면서 "장애인의 정당한 투쟁에 국가가 돈(벌금)으로 협박한다"라고 꼬집었다.
권달주 대표는 2019년 경기도 오산의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를 고발하며, 수원역을 점거·투쟁하다 첫 노역을 살게 됐다. 그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3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척수장애로 휠체어가 없으면 움직이기 힘든 그는 노역을 앞두고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를 말했을 뿐인데 범죄인 취급을 받았다"라고 항변했다.
전날(17일), 다리를 접질려 찾아간 한의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들은 이형숙 대표는 '벌금 대신 양심을 택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돈이 없어 벌금을 내지 못했는데, 하다하다 단체 소유의 장애인 리프트 차량까지 압류했다"면서 "어쩌겠나, 몸으로 때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노역에 돌입하기 전, 기자회견을 연 전장연은 "현재 10여 명의 활동가들이 지난 수년간 장애인 이동권과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을 요구하다 4000만 원 넘게 벌금을 선고받았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거리의 삶도 투쟁, 구치소의 삶도 투쟁'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대부분 중증 장애인인 활동가들은 벌금을 지급할 돈이 없다. 우리는 노역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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