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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 없는 장애인에게 지문·서명 요구 ‘차별’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2,615회 작성일 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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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감증명 발급에 있어 발생…“관련 지침 개정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3-26 16:20:29

양팔이 절단된 B화백이 자택이 소재한 용산구 P주민센터에 인감증명을 발급받으러 갔다. 인감증명발급은 인감증명법 시행령 제13조에 의거, 신분증으로 본인임을 확인하고, 무인(지문 날인) 또는 서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주민센터 인감증명발급 담당 직원은 인감증명을 발급받으려면 무인(지문)이나 서명을 하여야 한다고 했다. 본인 확인과 무인 날인을 위해 지문인식기에 지문을 대어 달라고 요구했다. B화백은 양팔이 없는 절단 장애인이어서 지문을 가지고 있지 않다. 너무나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서 스스로 벌떡 일어나 폐 사진을 위해 엑스레이 기기에 가슴을 대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양팔이 없는데 지문이 어떻게 있느냐고 B 화백이 말했다. 그러자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가족들의 성명과 생년월일을 대라고 했다. 개인 인감증명을 발급받는데 온 가족의 신상을 아는지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함에 대해 저항감이 생겼다. 신원조회 수준의 심문이었다.

한 가족의 신상 정보를 안다면 가족일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본인 증명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신상 정보를 안다고 반드시 가족인 것은 아니다. 본인 확인을 하라고 신분증이 있는 것이고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은 충분하다. 그리고 장애인복지카드를 보면 장애인임을 알 수 있으니 당연히 지문을 찍지 못함에 대한 사유로 충분히 참작할 수 있다. 아니 복지카드가 아니라 신체 상태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는 일이다.

가족이 없는 독거 장애인이라면 아마도 인감증명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B 화백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인감증명이 필요하여 다시 주민센터를 찾았다. 한번 인감증명을 발급받았으니 이번에는 또 온 가족의 신상을 묻지는 않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주민센터 담당자는 역시 지난번과 똑같이 온 가족의 신상을 되물었다. 차별감과 자존심 상함을 느끼면서 자괴감까지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위임장을 써서 부인을 주민센터에 보냈다.

그러자 주민센터 담당자가 위임장은 자필로 작성하여 서명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B 화백은 자필로 작성할 수 없기에 컴퓨터 작업을 통해 위임장 양식을 내려받아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한 후 도장을 찍어 위임장을 작성하였는데, 자필로 되어 있지 않고 서명이 아니어서 위임장은 무효라는 것이었다.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되지 않는 것은 행안부의 행정절차 지침에 의해 막혀 있었다. 왜 할 수 없는 서명을 요구하는가에 대한 공무원의 대답은 지침이 그렇다는 답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인은 동등하게 행정절차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동법 22조에는 장애인의 개인정보의 접근이나 오남용으로부터 안전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온 가족의 신상을 확인하여 본인인지 파악하는 것은 장애인 관련 개인정보의 접근을 강제적으로 요구한 것이니 안전하지 못한 것이다.

동법 제26조의 행정절차에서 장애인의 재산권보호를 포함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서비스 제공에서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의 행정지침은 장애인의 재산권 행사인 인감증명발급에서 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어 별도의 정당한 편의 제공이나 예외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위반임이 분명하다.

법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하여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으며, 행정에서 장애인을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하는 차별을 금하고 있다.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 본인이 직접 방문을 했고 인감도장과 본인 신분증을 지참했음에도 주민센터 직원은 행정안전부 지침이라며 거듭 부모님과 자녀들의 신상을 확인해서 기분이 상했지만 응대 후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B 화백은 장애인 차별에 대하여 거세게 항의를 하고 나서야 인감증명을 받을 수 있었다. 항의가 발급의 조건이 아니라면 항의하지 않아도 발급받을 수 있어야 했고, 항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급했다면 그 공무원은 지침을 위반한 경우가 될 것이다.

할 수 있음에도 해 주지 않아 항의를 유도하고, 항의를 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항의가 나오지 않도록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인감증명은 장애인의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에 필수적 문서인데, 발급의 절차상 조건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의 활동을 제한하고 법적으로 인간 대접을 하지 않는 행위이다.

본인 확인은 신분증으로 할 수 있고, 지문은 전자적 행정 편의상 발급대장 작성을 위한 것이다. 공무원이 발급한 사실을 대리 서명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사유를 적어 공란으로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필 서명은 본인의 행위임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를 남기는 것인데, 인감도장으로 날인하여 남길 수도 있고, 녹음으로 남길 수도 있으며, 증인을 정하여 대리날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가족의 신상으로 확인하는 것은 어떤 지침일까?

국민권익위원회는 장애인이 행정절차에서 모멸감을 가지지 않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도록 옴부즈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여야 하고, 국가인권위도 행안부에 지침 개정에 대한 권고조치를 하여야 한다.

물론 행안부가 솔선수범하여 스스로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을 고려하여 모든 지침에서 장애인을 위한 제한요소를 제거해 준다면 더 좋은 일이다. B 화백이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서라도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하여 차별적 법과 제도를 개정하도록 역할을 해 준다면 장애인의 삶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대한민국 국회 장애인 의원님 세 분도 이러한 차별을 해소하는 데에 많은 사례들에 관심과 노력을 기대해 본다.

용산구청 여권과에 어떤 지침에 근거하여 자필서명을 요구한 것인지 문의하자, 시간이 한참 지난후 M주민센터에서처럼 가족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라고 답변을 해 왔다. 몇 군데 주민센터 담당자에게도 지침의 제목을 문의하였으나 모르겠다며 구청에 문의하면 알 것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아는 공무원도 별로 없는 그 지침에 장애인은 상처받고 있다.

장애인 하이패스 사용에 있어 지문이 없어 하이패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장애인의 5%에 달한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본인 확인을 하거나 TSID(시간대별 변동 암호) 기술로 본인인증을 하면 지문인식기 비용도 절감될 수 있음에도 도로공사 역시 장애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차별을 하고 있다. 참으로 감수성이 말라버린 도로공사이다. 이 도로공사 행정에도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힘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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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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