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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편의법 제정 16년, 여전히 미흡
장애인 "대중교통 여전히 불편" 목소리
"이동권은 자유권…많은 관심 가져달라"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 장애인철폐연대 등 지역 장애인·인권 20개 단체 회원들이 '장애인의 날' 40주년인 지난해 4월20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 승강장에 정차한 저상 시내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이들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북구 시 교통문화연수원에서 시청까지 5개 저상버스 노선을 이용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2020.04.20. wisdom21@newsis.com |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박경석(65)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쇠사슬을 갖고 외출할 때가 있다.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시위에 참가할 때 '차별버스'에 자신이 탄 휠체어를 묶는 용도다.
박 대표가 말하는 '차별버스'란 출입구에 계단이 설치돼 있는 버스를 말한다.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비장애인과 달리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출입구에 경사판이 설치된 저상버스만 탈 수 있다. 휠체어를 타는 입장에서 이용조차 할 수 없는 버스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휠체어를 차별버스에 묶어 자유로이 이동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표현했다"며 "시위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만큼 장애인의 이동권은 온전히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교통약자 편의증진법'이 제정돼 장애인 이동권이 법률에 명시됐다. 이로부터 16년이 지난 현재,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편히 이용하기엔 현실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현실은 통계가 말해준다.
21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률은 지난달 기준 59.8%으로 광역버스를 뺀 서울시 운행버스 7164대 중 4283대만이 저상버스다. 서울시 전체 버스 가운데 약 40%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현실은 열악하다. 2019년 말 기준 지자체별 저상버스 보급률은 부산(25.6%), 인천(20.1%), 강원(34.7%), 대구(34.1%) 등으로 10~30% 수준이었다. 휠체어를 끄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극히 제한적인 셈이다.
대중교통을 가려 타야 하는 장애인들에게 빠른 이동은 '사치'일 때가 있다.
휠체어를 타는 A씨는 최근 업무 차 지방에 갔을 당시 기차역에서 시청까지 가려고 했으나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없어 다른 기차역에서 내려 저상버스로 환승해야 했다.
A씨는 "당시 비장애인은 20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우리는 1시간30분 넘게 걸려 이동해야 했다"며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장애인 이동권을 실현시키는 것은 여전히 사치"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서울역 방면 열차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승하차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2.10. dahora83@newsis.com |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이동권을 온전히 실현시키기란 어렵다.
도시철도규칙과 도시철도 정거장 설계지침은 지하철 승강장 연단의 간격은 10㎝, 높이 차는 1.5㎝를 넘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 1~9호선 역사 중 간격이 10㎝를 초과하는 역사는 111개로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한다.
A씨는 "승강장과 열차 간격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껴 앞으로 고꾸라질 때도 있어 지하철을 탈 때면 매번 긴장을 해야 한다"며 "비장애인은 그렇지 않지 않냐"며 한숨을 쉬었다.
대중교통 대신 장애인 콜택시 등 대안을 찾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A씨는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해선 며칠 전에 해야 하기 때문에 급하게 움직여야 할 때는 이용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지자체마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 기준이 달라서 어디는 당일에 바로 이용할 수 있고 어디는 장애인 증명서를 내야만 이용할 수 있어 기준이 다소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로 외출을 삼가는 경우도 생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장애인 7025명 가운데 '전혀 외출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8.8%인데 이는 2017년 4.5%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외출하지 않는 이유로는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55.8%로 가장 컸다.
그럼에도 자유로이 외출하고 싶은 장애인들은 이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운동을 이어나간다.
지난 1월부터 장애인단체는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참사 20주기를 맞아 지하철 승강장과 버스정류장에서 이동권 보장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참사는 지난 2001년 1월 장애인 노부부가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한 사고다.
이런 움직임에 맞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박 대표는 이동권은 '쟁취'의 대상인 만큼 장애인들은 이동권에 관한 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자유권과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이동권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ag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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