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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지역 척수장애인 일상복귀 ‘그림의 떡’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2,411회 작성일 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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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사회복귀 프로그램 부실, 보조기기 엉망

11개국 "지역사회 자립할 수 있도록 관심" 결의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0-20 17:45:27
20일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주최한 ‘2021 아태지역 척수장애인 현황 공유를 위한 국제 컨퍼런스’ 모습.ⓒ유튜브캡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20일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주최한 ‘2021 아태지역 척수장애인 현황 공유를 위한 국제 컨퍼런스’ 모습.ⓒ유튜브캡쳐
#몽골에 사는 41세 척수장애인 여성 A씨. 그는 첫 아들을 출산한 해 강도로부터 목과 신장을 칼로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목에 척수손상을 입은 A씨는 사고 후 지역 일반병원에 수술 치료를 위해 입원했지만, 욕창만 심해지고 병원을 옮겨서야 재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역사회 전환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 몽골에서 사회 복귀는 ‘그림의 떡’. 그녀를 칼로 찌른 사람에게 비용 청구도 받지 못해 자비로 모든 병원비를 충당했으며, 퇴원 후에도 집안에만 머물러 있다.


한국을 포함한 11개국 아태지역 척수장애인들의 재활체계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척수장애 특화된 의료체계도, 사회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이 전무하고 심지어 보조기기 또한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사회활동은 커녕 결국 집안에만 머무르는 현실이다.

배재대학교 기독교사회복지학과 정지웅 교수는 20일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주최한 ‘2021 아태지역 척수장애인 현황 공유를 위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아태지역 척수장애인 재활체계 국제 비교연구’를 공유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개국 아태지역 척수장애인 수 추정치는 백만명당 23명에서 1787명의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척수장애 발생율 추정치는 약 2.1명에서 230명 정도다.

대부분 척수장애인만을 대표하는 독립적 조직이 존재하며,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 특히 조직 구성이 잘 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파키스탄 척수장애인이 입원해 있는 모습.ⓒ한국척수장애인협회 에이블포토로 보기▲ 파키스탄 척수장애인이 입원해 있는 모습.ⓒ한국척수장애인협회
먼저 병원기반재활 현황을 보면, 척수손상 환자에 대한 급성기 치료 및 재활서비스는 모든 국가들에 존재하는 반면, 일부 국가의 경우 척수장애 특화 의료체계 없이 일반 병원에서 의료처치가 제공되고 있었다. 척수장애인을 위한 병상수와 척수장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특히 대만, 태국,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에서 사회적 모델에 기반한 프로그램 및 시설과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과도기적 재활서비스가 전무했다.

지역사회기반재활 역시 대만, 한국, 방글라데시, 일본 등을 제외한 절반 이상 국가들에서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태지역 척수장애인 보조기기 제공 현황.ⓒ한국척수장애인협회 에이블포토로 보기▲ 아태지역 척수장애인 보조기기 제공 현황.ⓒ한국척수장애인협회
보조기기 제공의 경우, 개도국과 중도국에 따라 보조기기 공급 격차가 컸으며, 개도국에서는 그마저도 보조기기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높은 구입비용 등의 문제로 보조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개도국의 경우 휠체어, 워커, 의지, 의수 등 기본적인 보조기기 공급되는 반면, 중진국 이상의 경우 전동기반 이동보조기기, 정보통신 보조기기까지 공급되는 실정.

특히 베트남의 경우 조악한 품질로 인해 오래 사용할 수 없으며, 척수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측정 없이 일괄적으로 제공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스리랑카의 경우도 맞춤형은 커녕 품질도 좋지 않았다.
 
스리랑카 척수장애인 재활캠프 모습.ⓒ한국척수장애인협회 에이블포토로 보기▲ 스리랑카 척수장애인 재활캠프 모습.ⓒ한국척수장애인협회
소득보장이나 직업재활은 어떨까? 전체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보장제도인 사회보험, 장애수당 등의 현금급여가 운영되고 있는 반면, 방글라데시,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등 일부 개도국은 전무했다.

또한 척수장애인 특화 재활 프로그램 수행 국가는 방글라데시, 한국, 대만이며, 그 외 국가들은 일반 장애인 대상 직업재활을 이용하고 있었다. 베트남의 경우 소득보장제도와 척수장애인 특화 프로그램도 전무하며, 장애인이 대부분 가난하고 문해율이 낮아 취업에 있어 문턱이 높았다.
 
배재대학교 정지웅 교수.ⓒ유튜브 캡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배재대학교 정지웅 교수.ⓒ유튜브 캡쳐
이에 정지웅 교수는 척수장애인 재활체계 강화를 위해 ▲특화 의료재활 전달체계 강화 ▲전환재활 및 지역사회기반 재활 강화 ▲척수장애 지원 인적자원 개발 ▲보조기기 서비스 강화 ▲척수장애 통계 구축 및 연구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의료재활 관련 “조사대상국 대부분 척수장애 특화 병원이나 병동이 있지만 전국이 아닌 수도를 중심으로 1~2개만 존재하며, 일부 국가들은 아예 전무했다”면서 “척수장애 특화병원 및 병동이 필요하며,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조기기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많은 개도국들에서 정부 자원 부족 및 생산 역량 부족으로 보조기기 생산, 교육, 배포, 유지관리 등의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제삼국이나 제삼자 단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중기적으로는 개도국 상황에 맞는 생산방식을 도입해 시설을 건설하고 선진국의 보조기기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재활연구소 정광진 수석연구원이 아태지역 척수장애인의 자립과 연대를 위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재활연구소 정광진 수석연구원이 아태지역 척수장애인의 자립과 연대를 위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이 같은 열악한 척수장애인 재활체계에 대해 한국척수장애인협회를 포함한 아태지역 척수장애인 단체들은 결의문을 발표, 아태지역 척수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온전하게 자립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은 "척수장애인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모든 기회와 편의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삶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재활 과정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면서 ”손상 직후 시급한 치료마저도 의료 자원과 의료비 부족으로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의료적 대응 역량이 향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적 재활 이후 지역사회로의 준비된 복귀와 안정적인 정책을 돕기 위한 전환 재활 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 ”척수장애인이 자립하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재활서비스가 지역사회에서 지속적 공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조장비와 보조기기의 공급과 이용가능성이 제한적일 경우 사회 활동에 충분히 참여할 수 없다“면서 적절한 보조장비와 보조기기를 충분히 공급하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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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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