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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시행에만 5분.. 열 체크도 막막
장애인 관련 방역패스 지침, 현장에 제대로 적용돼야
QR코드 인증을 통한 방역패스 정책이 확대 시행되면서 장애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서점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코로나19 방역패스 의무화 적용 둘째 날인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고객들이 QR코드 인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QR코드 인증을 통한 방역패스 정책 확대로 장애인들이 일상에 불편을 겪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QR코드를 인식 범위에 맞추는 것도, 열화상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어려운 탓이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현장의 배려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안 보이는데 어떻게 홀로 입장하나"
12일 시민사회 단체 등에 따르면 방역패스 시행 확대 이후 장애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QR코드를 발급받는 것부터 카메라 인식 범위 내에 정확히 맞추는 것까지 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박관찬씨(35)는 QR코드 체크인을 할 때마다 진땀을 뺀다. 시·청각 중복장애로 QR코드 기기의 위치를 찾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씨는 "(QR코드 기기가) 보통 입장하면 문 바로 옆에 있는 경우가 많긴 한데, 카운터 쪽에 있는 경우도 있고, 직원이 직접 기기를 들고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며 "홀로 어딘가 출입했을 때는 기기 위치 발견부터 어렵다"고 말했다.
기기를 찾더라도 QR코드를 정확히 맞추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박씨는 "제가 직접 폰을 가져가서 인식을 해야 하는데 저시력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쉽지 않다"며 "청각에도 장애를 갖고 있어 QR코드가 인식됐다는 소리도 잘 듣지 못하니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동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전맹 시각장애인) 도 "방역패스 어플을 찾아서 실행하기까지 입구에서 3~5분이 걸린다"며 "업주 분도 난처해 하고, 기다리는 손님들도 답답해하는 상황이 종종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발열 체크를 위해 인식 범위에 맞게 열화상 카메라 앞에 서는 것조차 어렵다"며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똑바로 서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부는 방역패스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에 대해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예방접종 스티커'나 '접종증명서' 발급을 돕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 없이는 신청이 사실상 불가하다. 이 동진 간사는 "주민센터까지 찾아가는 것도 문제고, 방문해 신청하는 것도 어렵다"며 "몸이 불편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토로했다.
고령층 장애인의 경우 입장 절차에 대한 어려움이 더 커진 상태다. 서금희 한국시각장애노인복지협회 사무총장은 "얼마 전 시각장애 어르신 두 분이 스마트폰도 없고, 발급 방법도 모르고, 방역패스 스티커도 없어서 식사를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외출 한 번에 따르는 확인 절차가 점점 더 많아지니 앞으로 장애 어르신들의 외출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어르신들도 '가만히 있자'고 말씀한다"고 하소연 했다.
■장애인 방역패스 지침, 현장에 적용돼야
시민사회는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선 현장의 배려와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시설 출입시 QR코드 인증 필수화 후 장애인들에게는 식당·카페를 홀로 방문하는 것이 꺼려지는 상황"이라며 "QR코드 확인을 전담하는 직원이 있다면 시설 이용이 수월해질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장애인 방역패스와 관련해 만든 지침이 식당·카페 등에서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실장은 "기저질환 등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사와 동행을 해도 인원제한에서 제외된다는 정부의 방역지침이 있음에도 카페 직원이 '활동지원사의 교육 증명서를 보여달라'며 요구해 입장에 차질을 빚은 사례가 있었다"며 "현장 적용이 안되면 무용지물이다. 지침이 각 시설에 제대로 전달돼 장애인이 차별받는 상황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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