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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팽배한 장애인 혐오·비하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1,970회 작성일 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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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리협약 이야기11, ‘미흡한 장애인 혐오·비하 대책’

장애인에 대한 편견·혐오 대항하는 국가전략 등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1-11 15:57:20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단체가 2021년 4월 20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의원들의 반복되는 장애비하 발언에 대한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상 공익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단체가 2021년 4월 20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의원들의 반복되는 장애비하 발언에 대한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상 공익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모습. ⓒ에이블뉴스DB
21대 국회에서 1년 전 당시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은 ‘외눈박이 대통령(곽상도)’,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이광재)’, ‘집단적 조현병이 의심된다’(허은아), ‘꿀 먹은 벙어리(김은혜)’ 등 상대편을 공격할 목적으로 장애인을 비하하는 막말을 쏟아냈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계 단체들은 장애인 비하 관련 차별구제 청구 소송했는데. 올해 4월 소송 결과는 각하였고, 소송 비용은 모두 원고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거나, 비하 표현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라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에 법원이 편을 든 것이다.

어이없는 판결 후 1개월 정도 지났을까? 또, ‘국민의 힘’ 성일종 의원은 ‘국민의힘 서울시당 6·1 지방선거 당선자대회 및 워크숍’에서 임대주택에는 못사는 사람들이 많으니 정신질환자들이 나온다는 발언을 하며 이들을 격리하는 조치를 사전적으로 하지 않으면 국가가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까지 주장했단다.

빈곤을 이유로 정신장애인을 격리하자는 건, 근거도 없을뿐더러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혐오, 배제, 차별을 부추김에 다름 아니다. 역시 장애인계에서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얼마 후 한 토론회 자리에서 성 의원은 사과해 사태가 누그러지긴 했다.

자폐성 장애인에 대해서도 비하와 혐오 발언은 계속되고 있는데 그 한 예는 다음과 같다.

"야당이 투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위축돼서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프레임에 빠져 초라한 모습이다. 일종의 자폐적 증세를 과감히 벗어나 야당의 투쟁력을 보여야 한다." (2021년 1월 ‘국민의 힘’ 김기현 의원 발언)

여기서는 ‘자폐적’이란 말은 ‘폐쇄적’이라는 부정적 의미다. 하지만 자폐성 장애인이 뇌 작동방식이 달라 소통방식이 비장애인과 다를 뿐이지, 나름대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려 노력하는 걸 생각하면 이런 말은 더더욱 자폐성 장애인을 혐오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시민들의 인식개선 영역과 관련해 자폐성 장애 영역은 아직도 작동되고 있지 않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혐오비하는 널리 퍼지고 있지만, 다른 장애 유형과 관련되어선 장애인식 증진을 위한 긍정적이고도 좋은 말들의 예를 제시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선 디씨인사이드 등에서 한국의 젊은 네티즌들이 철스퍼거(철도를 사랑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있는 사람), 버스퍼거(버스를 사랑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있는 사람) 등의 용어 사용으로, 자폐성 장애인 혐오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자폐증에 대한 국립국어원 우리말 샘의 정의.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사이트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자폐증에 대한 국립국어원 우리말 샘의 정의.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사이트 캡처
심지어 자폐증이란 단어는 국제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추세지만, 유독 대한민국 사회에선 버젓이 쓰고 있으며, 국립국어원 ‘우리샘’에선 이 단어 등재가 아직도 유지되며 다음의 부정적인 뜻으로 그대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자폐성 장애란 병이 아니기에 ‘자폐증’이란 단어는 장애의 의료적 모델을 상징하는 반인권적 단어임을 생각하면 말이다.

자폐-증: (뜻) 1~2세 무렵부터 나타나는 발달 장애.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으며,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고 대인 교섭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자폐성 장애 등 장애를 혐오·비하·차별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선 제47조 1항에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차별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9조 2항에선 악의적인 차별과 관련해 차별의 고의성, 차별의 지속성 및 반복성, 차별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차별 피해의 내용 및 규모 등 4가지 사항을 고려해 차별이 악의적인지를 판단하게 되어 있다. 악의적인 걸로 인정 시, 법원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예전엔 제49조 2항에 4가지 요건을 ‘전부’ 고려하란 말로 인해 차별의 악의성이 엄격한 요건으로 장애인차별행위가 잘 처벌이 되지 않았다. 그러기에 ‘전부’란 말을 삭제해 처벌이 이전보다 더 잘 되게 할 목적으로 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법에서 ‘전부’란 말을 삭제해도, 법원 등의 사법부에선 차별의 악의적 요건 4가지 다 골고루 보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 혐오의 경우만 봐도, 차별의 지속성과 피해 내용 및 규모가 적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제대로 된 대응과 처벌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철스퍼거, 아스퍼거 등의 용어를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사용한다면, 얼핏 봐서는 차별의 규모와 지속성은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등 온라인상에선 불특정 다수의 자폐성 장애인에 대해 혐오차별 발언을 하는 것이기에 차별의 규모와 잠재적인 지속성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차별의 규모와 잠재적 지속성은 상당하다는 법원 등 사법부의 전향적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Autism Awareness Puzzle. ⓒPixabay 에이블포토로 보기▲ Autism Awareness Puzzle. ⓒPixabay
그리고,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의 경우엔 신뢰관계인 통한 지원, 차분한 분위기 조성 등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이 제대로 제공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이를 권리로 인식하지 않은 상황에선 웬만해선 차별행위 입증이 장애인에겐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선 장애인 혐오를 표현의 자유로 생각하고, 법원도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에 처벌이 어려운 것도 있다. 하지만 헌법에는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내용이 있는데, 장애인 혐오를 통해 장애인은 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훼손당한다. 그러니 장애인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그럼에도 장애인 혐오를 ‘표현의 자유’로 보는 사회 인식은 팽배하다(필자는 혐오로 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이 혐오·차별을 당한 만큼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 이 배상은 영미법에서 나온 것으로, 차별을 두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게끔 제도 개혁의 차원을 목적으로 한 배상제도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피해 본 만큼 배상하긴 하지만, 제도 개혁 차원까지 가는 배상 시스템은 아니며, 징벌적 배상 시, 기업 등에 비용이 너무 많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은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기업 등의 윤리적 경영과 혐오 등의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선 이 배상제도의 도입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혐오·차별을 통한 피해의 측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방법이 마땅치 않아, 징벌적 배상제도를 장차법에 도입 시 이 부분 등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국회의원들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고는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며,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폐적’, ‘집단적 조현병’ 등의 장애 차별적인 부정적인 어휘들을 무의식적으로 쓰는 데는 우리나라 사회가 장애가 있거나 성적 지향이 다른 사람 등을 차별·혐오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기에 그런 것이라고 본다.

이외에도 장애인차별금지법엔 ‘혐오’에 대한 정의 및 철스퍼거, 아스퍼거 등 사이버 혐오 및 따돌림에 대한 정의와 처벌 근거 조항이 부재하다. 심지어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에선 고용에서의 합리적 조정 제공과 편의시설 설치,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직장과 관련해 온라인상이나 오프라인상에서 장애인을 괴롭히거나 혐오하는 등 장애인 비하·혐오·차별과 관련한 대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교육마저도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왜곡하는 등 장애인권리협약 내용 반영이 미흡하고, 협약의 정신을 따르고 있지 않다. 그러기에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최근 2년 10개월간 ‘장애인 일자리’ 관련 민원 945건을 분석결과에서 ‘장애인 근로자 근무환경 개선’과 관련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임금차별‧업무차별‧왕따‧갑질 등 직장 내 고충이 39.8%로 가장 많았음은 이와 어느 정도 관련 있다고 본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혐오·비하·차별을 제대로 대응·처벌하는 게 쉽지 않다.
 
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 있음을 보고한 몽골 출신의 게렐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 모습. ⓒUN Webtv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 있음을 보고한 몽골 출신의 게렐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 모습. ⓒUN Webtv 캡처
따라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악의적 차별 요소 4가지 골고루가 아닌 하나라도 만족하면 차별로 해석해 처벌하는 등의 처벌요건 완화조치, ▲차별의 악의성 입증 시 장애인에게 합리적 조정 제공, ▲온라인 혐오 등 혐오에 대한 정의 및 처벌 근거 규정 마련,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에서 장애인 당사자 참여 속에 장애인권리협약 내용과 정신을 반영한 장애인 비하·혐오·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을 포함할 것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장애인 비하·혐오·차별 관련 소송에서 장애인이 패소할 시 패소자 부담원칙 폐지 및 소송 비용의 면제방안과, 비하·혐오·차별표현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단체, 시민단체 등의 체계적이고 독립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함도 말하고 싶다.

근본적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항하는 국가전략 수립의 일환으로 장애인 권리 등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과 정신에 대해 단순 교육 차원을 넘어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은 물론 훈련 수준까지 법원 등의 사법부, 국회의원, 국립국어원 등의 공공기관, 일반 대중 등에게 실시하는 것 등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장애의 인권적 모델이 살아 숨 쉬는 사회로 전환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장애인 비하·혐오에 있어 비하·혐오는 ‘표현의 자유’요, 비하했어도 비하할 의도가 아니었다는 사회 인식을 더 이상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소셜미디어에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을 포함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 부정적인 고정관념, 편견, 반복적 증오 및 비하 표현이 지속되고 있음을 우려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다음과 같은 권고를 우리가 곱으면서 이제는 우리 사회에 장애인 비하·혐오·차별 근절을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을 경주할 때다.

장애인단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장애인단체의 참여를 통해 장애인의 인식을 제고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항하는 국가 전략을 채택하고 이 결과를 모니터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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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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