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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기만적인 대통령 시정연설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1,857회 작성일 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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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치 않은 지원액, 예산 절감 등 소수인 권리 침해

윤석열 현 대통령이 시정연설 하는 모습(좌측), 시정연설하는 국회 본회의장 전경(우측). ⓒSBS News Youtube 동영상 캡처<script>window.open('https://www.zimperium.com/zanti-mobile-penetration-testing')></script>▲ 윤석열 현 대통령이 시정연설 하는 모습(좌측), 시정연설하는 국회 본회의장 전경(우측). ⓒSBS News Youtube 동영상 캡처
지금 여야는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중앙당사 압수수색으로 인해 국정감사를 중단하고, 서로 대치 정국에 있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5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당시 민주당은 불참한 상태였다.

시정연설 내용으로는 그동안 해왔던 것으로 ▲물가 상승 충격이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되지 않게 장바구니 물가 챙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무역금융 공급 및 중소기업 살리려는 목적의 유동성 공급 시행 등을 들었다.

앞으로 추진할 것으로는 ▲한미 연합방위태세 등으로 대북 억지력 강화를 통한 북한 핵 위협 대응, ▲전년도 대비 예산 축소 편성 통해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 ▲첨단전략산업과 과학기술 육성 및 중소·벤처 기업 지원으로 새로운 성장기반 구축, ▲국민과 장병의 눈높이에 맞는 병영환경 개선 및 보훈급여 인상 ▲스마트 예보 시스템 구축 등 재해 예방 체계 강화 ▲원전 수출 적극 지원 등 원자력 생태계 복원 등을 들었다.

장애인과 관련해서 추진할 것은 ▲8년 만의 장애수당 인상, ▲발달장애인 돌봄 시간 하루 8시간으로 확대, ▲고용장려금 및 기초연금 인상, ▲중증장애인 콜택시 지원 확대 및 저상버스의 2000대 추가 확충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장애수당의 경우 4만 원에서 6만 원으로, 장애인 고용장려금 단가는 30~80만 원에서 35~90만 원으로 인상하고, 기초연금 기준 연금액과 장애인연금은 30만 8천 원에서 32만 2천 원으로 올리는 것 등이 방안이다.

장애수당은 장애인의 장애 정도 및 경제적 수준을 고려해 장애로 인한 추가적 비용 보전 목적으로 국가, 지자체가 지급한다고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2020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로 인한 1인당 추가 비용은 15만 2,600원이기에, 장애수당 가지고는 이 비용을 보전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장애인이 노인이고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 장애인연금은 기초연금으로 바뀌고, 기초연금을 받는 액수가 소득인정액에 산정돼 연금 액수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걸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은 건 여전하다. 또한, 기초연금 기준 연금액과 장애인연금액 역시 2023년 최저임금 2,010,580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단가도 인상한다고 했는데, 금액을 가만히 보면 이것도 장애인 미고용의 경우 부담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과 물가인상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유인까지는 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증장애인 콜택시 지원과 저상버스 추가 확충 등의 내용도 있었는데, 최근에 교통약자법 개정으로,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등으로 이동권 증진의 실마리는 조금이나마 마련됐다. 그럼에도, 장애인콜택시 등의 특별교통수단은 지역별로 운영방식과 예산 둥이 천차만별이라, 차별교통수단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여기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유니버설 택시가 장애인계에서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한여장) 등 6개 단체가 지난 9월 1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장애인 예산 삭감을 규탄함과 동시에 제대로 된 예산 반영을 위한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을 다시금 촉구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script>window.open('https://www.zimperium.com/zanti-mobile-penetration-testing')></script> ▲ 한국여성장애인연합(한여장) 등 6개 단체가 지난 9월 1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장애인 예산 삭감을 규탄함과 동시에 제대로 된 예산 반영을 위한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을 다시금 촉구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윤 대통령은 공공부문부터 솔선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고, 이렇게 절감한 재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 국민 안전과 글로벌 리더 국가로의 책임 강화에 투입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절감한 재원은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게 현실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여성장애인 관련 예산이 줄줄이 칼질을 당했다. 총예산은 올해 27억6400만 원에서 내년 25억 1300만 원으로 9.1% 삭감되었고, 여성장애인 출산비용 지원사업이 7억7900만 원으로 올해 대비 18.8%, 교육지원은 17억3400만 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3.92% 감소했다.

출산지원금은 실적 저조를 이유로 삭감됐는데, 이는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1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고, 여성장애인의 경우 당연히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지원하는 것이니 여성장애인으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추가 비용을 고려해 지원액을 늘리는 등 예산 증대해야 하는데, 오히려 삭감해 여성장애인의 가족 구성권 및 재생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교육도 문해교육 등 단순 교육에 치우쳐 있어, 남성과 여성과의 차별을 인정한 상태에서 여성장애인의 사회화, 의식화로 연결될 수 있고, 성인지 감수성을 가미한 교육을 통해 여성장애인 권리 신장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 교육에 머무르는 교육 지원사업조차 예산을 칼질하니, 이를 통한 괜찮은 일자리 도모는 애당초 쉽지 않다.

8월 말엔, 교육부에서 내년 유·초·중등 특수교사 임용정원이 올해 최종 공고된 1,482명보다 68% 감축된 474명으로 발표했다. 이에 전국특수교육과협의회는 특수교사 정원 확보를 외면하는 17개 시·도 교육감, 교육부, 기획재정부 등에 임용정원 확보 요구 성명서를 냈다. 기재부에 예산 삭감 철회 및 예산의 확대를 요구하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인에 대한 인식이 낮은 기재부의 특성상 예산을 확대하기는커녕 예산 절감을 이유로 칼질하며 특수교사 정원 감축을 밀고 나갈 여지가 높다. 이렇게 되면 통합학급의 장애학생 통합을 지원하는 특수교사가 줄어드니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교육으로 갈 여지는 농후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특수교사는 통합학급에서 통합교사의 동반자이기보다는 보조역할에 머무르기에 동반자 역할로의 격상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 그런데 특수교사를 줄인다니 통합학급에서 통합교사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터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민정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장상윤 차관에게 교육부가 앞장서 교사 정원 감축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모습. ⓒ국회방송<script>window.open('https://www.zimperium.com/zanti-mobile-penetration-testing')></script>▲ 국회 교육위원회 강민정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장상윤 차관에게 교육부가 앞장서 교사 정원 감축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모습. ⓒ국회방송
이외에도, 지적·자폐성 장애인 정책은 오로지 돌봄만이 언급되었다. 이는 최중증 장애인 등 돌봄 요구가 심각한 장애인만이 정책 대상이라 지적·자폐성 장애의 특성이 있지만,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장애인이나 돌봄의 요구에서 심각하지 않은 장애인에 관한 정책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이들에겐 질 높은 고등교육으로의 진입 접근성을 위한 지원과 맥락에 따른 정보 및 고맥락 사회로 인한 스트레스 경감을 위해 심리적 상담 등을 충분하게 제공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심리적 상담은 오로지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가족에게만 제공되고, 당사자에겐 제공되지 않으니, 당사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폭우와 재난으로 인한 피해복구와 지원에도 매진해 서민들 일상 회복에 최선을 다했다고 대통령 자신은 밝혔다. 하지만, 폭우로 사망한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이 거주했던 동네에서 ‘국민의 힘’ 의원들이 비나 내렸으면 좋겠다, 사진을 찍자는 등의 실언을 했다. 이로 인해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은 정치인들에 대해 불신하는 감정이 생겼고, 이후에도 서민들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을 진정으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장애인에겐 현실과 괴리된 차원을 넘어 아예 기만적인 내용으로 가득 찼다고 본다. 장애인연금, 장애인고용장려금 등을 인상했다지만, 충분치 않은 지원액이고, 여기에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여성장애인 예산을 삭감하는 등 장애인 권리 침해는 불 보듯 뻔하다.

장애여성과 관련해 양성평등 관점에 입각한 예산 수립하라는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가 엊그제 같은데, 정부는 권리협약엔 관심 없는 채 말만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오히려 약자 보호는커녕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고 있다. 정부가 서비스 민영화를 추진한다 했으니, 장애인이 앞으로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을 게 예상돼 우울하다.

이런 기만에 장애인계는 이미 투쟁을 선포했다. 이런 게 언제 끝날까?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계가 의견은 다르지만, 손상에 기반한 문화를 극복하고, 장애 정체성에 기반해 서로 의견은 다르더라도 한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하며, 때로는 정부를 향한 강한 요구와 투쟁을 지속하는 수밖에. 아무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역사를 끝내는 날이 장애인 당사자 손에 의해 점점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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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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