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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른 발달장애인 지원조례로 개정해야
지난 3월 발표한 정부의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관련해 기존 대책에서 퇴보한 상태로 서비스만 모은 대책으로 축소되었다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적했다.
그래서 부모연대에선 아동기 조기 개입부터 성인기 지역사회 주거 지원까지 발달장애인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정책적 요구를 지역 곳곳에서 요구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를 다시금 외친다며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 전국 순회투쟁을 선포했다고 한다. 이달 10일부터 시작한 투쟁은 앞으로 5월 4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지역에 있는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권리를 외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기반 마련을 위해 전국 순회투쟁을 하겠다는 거다. 이와 관련해 지역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이들의 사회참여 촉진 및 권리 보호와 인간다운 삶 영위를 목적으로 지역마다 발달장애인 지원조례를 두고 있다. 그러기에 발달장애인 지원조례가 대략 어떤지 간략하게 예를 들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인천광역시 발달장애인 지원조례를 보면, 제2조 정의에서 발달장애인이 언급되는데, 발달장애인 정의는 발달장애인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또한, 인천광역시의 지원사업 중 발달장애인법 제30조 및 제31조에 따른 보호자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 전문 심리상담 지원, 발달장애인법 제32조에 따른 발달장애인 가족의 휴식지원 사업 등이 있다.
발달장애인 정의와 관련해 발달장애인법 제2조 제1호를 보면 지적장애인은 지적 능력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기에 일 처리와 사회생활 적응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을 말한다. 자폐성 장애인은 소아기 자폐증, 비전형적 자폐증에 따른 언어ㆍ신체표현ㆍ자기조절ㆍ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이런 정의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권리 주체가 아닌 객체에 기반한 정의라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따른 정의임은 물론이다.
가족지원사업의 경우, 휴식지원 사업과 관련, 법 제32조를 보면 지적·자폐성 장애인 가족의 경제 능력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 제30조와 제31조에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부모에게 각각 시행하는 성교육과 심리상담 비용의 지원은 예산에 따라 지원한다고 돼 있다, 종합하면 지적·자폐성 장애인 가족의 욕구, 선호, 의지에 기반한 게 아닌 소득수준이나 예산에 따라 지원하는 체계다. 즉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지적·자폐성 장애인 가족지원체계인 것이다.
서울시 발달장애인 지원조례의 경우 제7조 지원사업과 관련해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보장을 위해 재활치료와 발달재활서비스, 행동발달증진센터의 설치·운영이란 부분이 있다.
행동발달증진센터의 경우,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소위 문제행동(없어져야 할 말)을 없애는, 다시 말하면 행동 치료하기 위한 성격의 센터인데, 자폐성 장애는 뇌 작동방식의 차이에서 옴은 물론 다양성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폐성 장애인 문제행동이란 걸 없애서 비장애 중심 세상에 적응시킨다는 건 장애 특성상 고문이자, 정체성 부정이라 넌센스다. 인간다운 삶 보장과 거리가 멀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사업도 한다는데, 이와 관련해선 제9조 1항의 평생교육센터의 업무 및 역할 부분에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정책 개발 및 연구, 중증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지원방안 수립 및 인문교양, 직업능력 향상 등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이 있다.
인문교양, 직업능력 향상, 기초문해 등의 내용은 전부 다 돌봄 요구가 심각한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관련된 평생교육 커리큘럼이다. 사실상 돌봄 요구가 심각하지 않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미등록 포함)과 관련된 평생교육 관련 업무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런 걸 보면 돌봄 요구가 심각하지 않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욕구는 평생교육 커리큘럼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돌봄 요구가 심각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엔 대학교 교육 등 고등교육 욕구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 고등교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 내용이 필요한데 이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은 거의 만무하다. 이런 지원조례 보면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교육 관련 자기결정권, 선택권 제한과 다를 바 없으며, 장애의 인권적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경상북도 발달장애인 지원조례를 보면, 권리보장 사업으로 성년후견제 이용지원 사업, 의사소통지원 사업, 자조단체 활동지원 사업, 위기발달장애인 쉼터 지정 및 운영 사업 등이 있다. 성년후견제의 경우 대체의사결정 형태이며, 피후견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와 장치가 없기에, 장애인의 욕구, 선호, 의지를 반영할 리 없다. 여기엔 언어 외에 다양한 의사소통수단을 인정하는 문화 및 장애인의 욕구, 선호, 의지를 존중하는 지원의사소통체계 부재가 한몫을 한다.
위기발달장애인 쉼터 지정 및 운영 사업과 관련해선 발달장애인법 제17조에 따르는데, 제17조를 보면 장애인거주시설 중에서 지정해 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쉼터란 상처받은 심신을 달래고 자립을 도모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거주시설은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박탈함은 물론, 자립생활을 도모하는 구조는 전혀 아니다. 그러니 장애인의 욕구, 선호, 의지를 존중하는 것과 거리가 먼 것은 당연하며, 작년 9월 9일 발표된 UN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 시설 수용은 복지서비스 아닌 감금이자 인권유린이라고도 아예 못을 박아 놓았다. 거주시설 아닌 자립생활센터 등에서 쉼터 운영하는 게 맞다 본다.
경기도 발달장애인 지원조례에서 7조 지원사업 중 9의 2에 발달장애인의 실종 예방을 위한 장비 및 장비 사용에 필요한 비용 지원이라는 부분이 나와 있다. 하지만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 없는 실종 예방 장비 배부 및 관련 비용 지원이기에 이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결국엔 이들의 사생활, 이동권, 자유권 침해로 이어진다.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조치임은 물론이다.
서울시, 경상북도, 인천광역시, 경기도 등의 발달장애인 지원조례를 예로 들었지만, 성년후견, 장애인거주시설 수용 등의 사업을 하고, 돌봄도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에 따른 것이 아닌 등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 시각으로 보는 조례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발달장애인 지원조례는 전반적으로 장애인의 욕구, 선호, 의지 존중은 물론, 이들의 활발한 정책·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것이니 지역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은 애당초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지자체는 장애인권리협약을 훈련 수준으로 배워 발달장애인 지원조례를 권리협약에서 중시하는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기반해 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자체의 정책·제도도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물론 지원조례의 기반인 국가 차원의 발달장애인법이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따르기에, 이 법을 인권적 모델에 기반해 전면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발달장애인 지원조례일 때 지역마다 진정한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다. 장애 미등록이지만,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 특성이 있는 경우에도 인권보장의 일환이 되는 서비스 등의 지원을 하게 돼, 대한민국 내의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실마리가 보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발달장애인 지원조례여야 한다는 점을 놓친다면 진정한 의미의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은 말만 남은 정치적 수사로 전락해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선호, 의지가 담기고 이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지원조례를 통해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동등한 시민 구성원으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나가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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