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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지원 사각지대 놓인 시청각장애인 지원 ‘헬렌켈러센터’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1,842회 작성일 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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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미 센터장, “사랑하고, 섬기고, 그들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 기능이 손상된 장애로 발생 장애 유형에 따라 특성이 상이하지만 제도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일상생활 유지, 사회활동을 위한 적합한 지원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시청각장애를 장애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고 별도의 지원센터를 설치해 자립생활을 위한 각종 교육과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이 같은 현실에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시각과 청각에 모두 장애가 있는 시청각장애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권익 옹호와 사회통합을 위한 시청각장애인 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와 헬렌켈러센터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의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홍유미입니다. 헬렌켈러센터는 시각과 청각장애를 동시에 가진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곳입니다.

Q. 어쩌다 시청각장애인 복지를 위한 일을 하게 되셨나요? 센터장님의 마음을 동하게 한 그 ‘처음’의 순간이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 선교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생 때 밀알선교단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수어를 하는 농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대학 졸업 후 선교단에서 수어도 가르치고, 수어책도 냈지만 저는 통역사의 삶보다는 농인들과 직접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에 더욱 마음이 갔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 공부를 따로 해서 학위를 얻었고, 후에 장애인복지론 등의 강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현장에 굉장히 목말라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현장에서 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요. 때마침 밀알복지재단에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한번 해보지 않겠냐 제안해주셔서 헬렌켈러센터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홍유미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장. ©하정빈홍유미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장. ©하정빈

Q. 시청각장애인을 발굴하는 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려움이 찾아올 때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시청각장애인을 찾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어요. 왜냐하면, 이분들이 정보에 어둡잖아요. 스스로 뭔가를 듣고 자신을 도와줄 만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찾아올 수가 없어요. 고립된 분들은 누군가 소개해주지 않는 이상 찾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그리고 찾아내도 서비스를 지원해드리기가 어려워요. 가족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회에 그분들을 내놓는 걸 불안해하는 거죠. 또 중도시청각장애인, 원래는 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청각장애도 발현됐다던가, 혹은 청각장애만 있었는데 시각장애도 발현된 분들은 원래 본인이 속해있던 장애인 공동체 속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계십니다. 자신이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게 분명한데도 그 자체를 부정하려 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도움 드리기가 어렵기도 해요.

시청각장애아동은 부모님이 아이의 장애에 대해 오픈을 안 하는 경우도 많아요. 장애인복지법상에 시청각장애가 따로 등록이 안 되어 있어서, 선천성 시청각장애아동의 경우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가 되거든요. 이건 병으로 보는 거지 장애로 보는 게 아니거든요. 물론 시청각장애를 가진 성인도 마찬가지로 장애 등급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동료상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장애 당사자가 장애인을 상담하는 활동이 센터 자립생활 이념의 핵심입니다. 마음을 안 열던 분도 “당신과 똑같은 장애인이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하면 어느 정도 마음을 여세요. 시청각장애인을 발굴할 때 동료상담가와 함께 가서 문제를 많이 해결하고 있습니다.

Q.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를 발굴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정말 어렵게 센터로 모신 분이 있는데요. 농인이었는데 시력마저 점점 나빠져서, 함께 사는 아드님이 저희에게 연락을 주신 사례였어요. 동료상담가 두 분이 번갈아가며 찾아가 “헬렌켈러센터 모임에 나오시면 똑같은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설득했는데 거절하시더라고요.

억지로 모셔올 수는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요. 다른 동료상담가 분께서 본인이 가서 설득해보겠다고 자원하셨어요. 그 동료상담가분은 이혼하고 딸과 단둘이 사는 분이셨는데, 아들이 장애가 있는 부모에 매여 사는 걸 보니 본인 딸 생각이 난다며 그렇게 우시더라구요. 그 마음이 닿았는지 그분께서 모임에 나오게 됐어요.

이후에 그 분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표정도 밝아졌고 ‘요즘 같이 행복한 때가 없다’고 그러세요. 같은 시청각장애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부터, 점자와 촉수화도 아주 열심히 배우고 계십니다. 그분을 뵐 때마다 너무 기뻐요. 활동지원사도 연결해드렸는데, 처음에는 혼자 걸어 다닐 수 있다고 거절하셨지만, 지금은 지원사님과 그렇게 잘 지내고 계세요.

Q. 헬렌켈러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 중, 소개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업인 ‘시청각장애 아동 촉감 교육’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비장애 아동들은 듣고 보는 것으로 인지 발달이 되는데, 시청각장애아동은 보고 듣는 게 어렵잖아요. 성장기에 아무런 자극이 없게 되면 나중에는 아예 소통이 안 될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시청각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촉감 교육을 제공하고 있어요. 1대 1로 각 가정에 방문해서 서비스하고 있고요. 향후 치료 센터도 만들어서 가정과 센터에서 교육할 예정입니다.

Q. 촉감교육에 대해서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시청각장애아동들은 촉감이 굉장히 예민해요. 그래서 감촉을 구분하는 교육을 해요. 예를 들면 설탕과 밀가루의 재질이 다르다, 그리고 물렁물렁한 게 있고 딱딱한 게 있다는 구분 등을 통해서 인지 발달이 되는 거죠. 처음에는 유치원에서 미술 놀이하듯이 식재료도 만져보고, 나중에는 사과는 이렇게 생겼다는 식으로 물건을 만져봐요.

촉감치료를 받고 있는 시청각장애 아동의 손. ©밀알복지재단촉감치료를 받고 있는 시청각장애 아동의 손. ©밀알복지재단

Q. 시청각장애인 법제화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인식개선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시청각장애를 잘 몰라서 단순히 시각과 청각의 중복 장애라고 생각하니까, 굳이 뭐하러 그걸 독립 장애로 만드느냐고 하기도 해요. 그러나 시청각장애인이 독립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면, 청각장애와 시각장애 복지 그 어느 쪽에서도 서비스를 못 주니까 맞춤형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거예요.

시청각장애 자체에 대한 이해도 높여야 하고, 시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알아야만 여론이 형성되고 법제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인식개선 사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것도 시청각장애에 대한 좀 더 많은 분의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Q. 만약 미래에 밀알복지재단과 같은 장애인 복지재단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성숙한 사회가 찾아온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은 나라들은 정말로 성숙한 사회복지를 하는 국가들이거든요. 사회주의적 복지를 하는 국가들인데 그곳에서는 장애라는 개념 자체를 두지 않아요. 그냥 사람 한 명 한 명의 욕구,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체계를 둡니다. 예를 들면 지체 장애가 있는 분들의 욕구에 따라 평평한 길과 휠체어를 제공하는 거죠.

장애인 복지재단이나 후원 같은 것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의 나라가 될 수 있다면 좋겠죠. 그냥 모두가 평등하게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 굳이 장애를 장애로 생각하지 않는 나라가 바로 그런 모습일 것 같아요.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 것, 장애인은 조금 다를 뿐이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 “구분”이 자꾸 장애인을 장애인끼리 뭉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Q. 인식개선을 위해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복지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나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면 그것만큼 큰 홍보와 인식개선 효과가 없습니다. 장애인분들의 삶을 잘 재조명할 수 있도록 보도해 주시면 좋겠어요.

Q. 보통 도움의 주체가 되는 존재를 복지센터의 이름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설리번이 아니라 ‘헬렌켈러센터’라고 이름 지은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장애인의 자립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느껴졌습니다.

헬렌켈러센터는 장애 당사자의, 당사자에 의한, 당사자를 위한 지원센터입니다. 그래서 시청각장애 교육도 장애 당사자가 할 수 있도록 그분들을 키우는 일을 많이 하거든요. 역량 강화를 해야 지도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홍유미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장(사진 왼쪽)과 하정빈 밀알복지재단 대학생 기자(오른쪽)이 수화로 ‘헬렌켈러센터’를 표현하고 있다. ©하정빈홍유미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장(사진 왼쪽)과 하정빈 밀알복지재단 대학생 기자(오른쪽)이 수화로 ‘헬렌켈러센터’를 표현하고 있다. ©하정빈

Q. 가장 좋아하시는 수화가 있나요? 만약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건 ‘아이러브유’라는 국제 수화거든요. 이걸 옆으로 돌리면 “헬렌켈러센터”라는 뜻이 됩니다. 저희는 시청각장애인을 사랑하고 섬기고, 함께 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수화를 제일 좋아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조속히 시청각장애가 장애 유형으로 법제화되어 필요한 이들이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를, 나아가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 모두가 자신의 인생의 지도자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밀알복지재단 대학생기자단 하정빈 단원이 보내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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