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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부모의 쉼, 이제는 국가가 적극 나서야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1,087회 작성일 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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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정책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부모 및 보호자를 위한 지원도 포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장애아동 부모를 위한 지원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필자는 이번 연재 칼럼(총 3부)에서 ‘쉼‘에 초점을 둔 독일의 ‘부모-자녀 요양제도‘를 중심으로, 장애아동 부모의 '쉼'에 대한 당위성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부모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unsplash
"아들 둘 데리고 요양 떠나면, 진짜 힐링하는 사람은 집에 홀로 남은 남편 아니야?"

’부모-자녀 요양'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자녀 요양을 다녀온 친구 레나에게 내가 건넨 말이었다(부모-자녀 요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앞의 글 '휴가 같지만 휴가 아닌 독일의 부모-자녀 요양' 참고)

레나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첫째 아들과 늘 에너지 넘치는 둘째 아들을 둔 엄마이다. 다정하고 세심한 남편이 육아에도 적극 동참하지만, 레나는 그동안 아이들 양육, 잦은 이사, 구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수년간 우울증과 수면장애, 심한 편두통을 앓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부모-자녀 요양을 다녀온 것이다.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나의 질문에 레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라며 요양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레나와 두 아들이 경험한 3주간의 프로그램은 대략 이랬다.

함께 그러나 따로

아침 가족식사 후 첫째는 병원학교에서 학교교육을, 둘째는 병원유치원에서 돌봄을 받고, 엄마는 오전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오전 프로그램에는 다른 부모들과 함께 하는 운동 치료 및 스포츠 활동과 영양ㆍ육아ㆍ스트레스 관리ㆍ 번아웃 등에 관한 강의가 있다. 

점심 가족식사 후 아이들은 병원학교와 병원유치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엄마는 오후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오후 프로그램에는 물리치료, 적외선치료, 그룹심리상담, 자유시간 등이 있다. 오후 프로그램 종료 후 엄마와 아이들은 다시 만나 클리닉 실내수영장에서 함께 물놀이를 한다.

저녁 가족식사 후 엄마와 아이들은 클리닉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놀이터에서 놀며 하루를 마감한다.

이러한 하루일과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반복되고, 공식 프로그램이 없는 주말에는 클리닉에서 만난 가족들과 함께 트래킹이나 소풍을 떠나는 식으로 자유시간을 보낸다. 

이렇듯 레나는 지난 3주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을 위해 구성된 시간표에 따라, 자신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과 집에서 잠시 벗어나, 모든 짐과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레나는 부모-자녀 요양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한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 그러나 따로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unsplash
부모-자녀 요양, 얼마나 효과 있을까?

어느덧 7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부모-자녀 요양은 그 효과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요양에 참가한 사람들의 4분의 3 가량은 요양에 만족 또는 매우 만족한다고 평가한다.

부모-자녀 요양이 부모의 건강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독일 공적 건강보험이 부모-자녀 요양을 치료 차원이 아니라 예방 및 재활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비용절감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물론 3주간의 요양이 부모가 가진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리고 요양의 긍정적인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3주간의 요양 만큼 중요한 '이것'

요양이 끝난 후 클리닉 밖의 세상은 어떠한가? 요양 후 부모들이 복귀하는 실제 일상은 어떠한가? 부모와 자녀가 처한 실제 환경은 어떠한가?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기존의 문제들이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면?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기존의 문제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면? 바로 이때,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버릴 수 있다. 바로 이때, 지난 3주간 경험한 요양의 긍정적인 효과가 곧바로 증발해버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부모-자녀 요양 후 부모가 일상에서 어떠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전문가와 함께 방법을 모색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부모-자녀 요양 전문클리닉이 지닌 또 다른 임무이자 책임이다.

특히 장애아동을 둔 부모는 육아와 교육, 치료 등에 있어 어깨가 더욱 무겁기 때문에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레나의 경우 요양 후 한동안 심리상담과 물리치료 그리고 가사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쉼이 필요하다. ⓒunsplash
우리나라에도 부모-자녀 요양 제도가 필요한 이유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는 137개국 중 57위, 독일은 16위를 차지했다. 20년 가까이 한국인의 삶과 독일인의 삶을 비교하며 살아가는 나는,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쉼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경쟁사회에 있다고 본다. 

쉼 없는 경쟁사회를 개선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사회구조라는 '하드웨어'를 변화 또는 개혁하는 일은 오랜 세월이 걸리는 과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장기적으로는 '하드웨어'를 개선하는 노력과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즉 사회제도를 개선하는 데에도 집중해야 한다. 국민이 제대로 숨 쉴 수 있고, 제대로 쉴 수 있고, 제대로 회복할 수 있는 그러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부모-자녀 요양 제도는 건강한 사회 형성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unsplash
앞의 글 '장애아동 부모의 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에서 회복탄력성과 관련해 언급했듯, 중간에 멈추고, 충분히 쉬고, 재충전해야만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고,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으로 가득한 사회야말로 건강한 사회이다. 

건강한 사회(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강한 사회제도(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러한 사회제도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가 바로 '부모-자녀 요양'이 되었으면 한다. 독일처럼 다양한 심리적 고충을 안고 있는 모든 부모를 대상으로 하기 힘들다면, 장애아동 부모를 대상으로 한 요양제도라도 가장 먼저 실시해야 한다. 독일 '부모-자녀 요양'의 시초가 그러했듯 말이다. 장애아동 부모의 쉼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이 결국에는 모든 부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독일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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