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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한 버스정류장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첫 재판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에 대한 의무를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그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방자치단체가 개선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아니라거나, 버스정류장이 장애인 편의제공 대상 시설 포함되지 않는다거나 계획을 순차적으로 이행하고 있으니 개선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항변만 이어갔다는 것.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는 7일 장애인당사자 원고 곽남희 씨를 비롯해 총 7명의 장애인이 서울특별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시각장애인 3명, 청각장애인 1명, 지체·뇌병변장애인 3명 등 총 7명으로 이들은 지난해 4월 19일 장애 유형별로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가지고 있거나 이용이 불가능하다며, 장애인이 버스정류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정비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많은 장애인은 적은 저상버스 배차 대수의 문제를 제외하고도 버스정류장의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문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7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개최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버스정류장 이용 차별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재단법인 동천 김진영 변호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재단법인 동천 김진영 변호사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과 유도 및 안내시설,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버스 정보 안내 단말기, 지체·뇌병변 장애인이 자유롭게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진·출입으로 및 회전환경 구축 등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당수의 버스정류장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거나 아예 접근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에 해당 소송은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에 관련 법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편의시설을 정비할 것을 구한 소송이다. 이 기준시설은 관련 법령에 명확하게 제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하는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이동권과 관련해서는 시장·군수·구청장 등 교통행정기관 등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동 및 교통수단 이용에 있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한 편의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가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과 여객시설의 이용 편의 및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저상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장애인(기사와 무관). ⓒ에이블뉴스DB
김진영 변호사는 “버스정류장은 도로법상 도로의 부속물로 그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사무는 시도 사무와 시군자치구 사무 모두에 해당되며 특히 버스정류장은 여객시설의 하나로서 교통행정기관이 장애인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적용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피고는 서면을 통해서는 개선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아니라거나 (편의제공) 대상 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거나 차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고, 이날 재판장에 출석한 지자체 법률대리인단들은 턱이 15cm나 20cm 차이가 크지 않다. 혹은 계획을 순차적으로 이행하고 있으니 개선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항변을 이가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비장애인에게 버스, 대중교통의 이용은 일상이다. 하지만 장애인은 운이 좋게 편의시설이 갖춰진 시설, 친절한 버스 기사와 시민을 만나야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처럼 운이 좋은 날을 일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동이 필요하고 이때 이용하는 것이 대중교통이다”고 말했다.
7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개최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버스정류장 이용 차별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소송의 원고 종로인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활동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소송의 원고 종로인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활동가는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나는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버스를 제대로 이용하게 된 것은 대학교에 통학하기 위해서였는데 대학교에 접근할 방법이 버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환경이 더 안 좋았지만 지금도 버스정류장을 이용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연히 강서구의 버스정류장에서 점자 노선도를 접한 적이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버스정류장을 갈 때마다 점자 노선도가 있나 유심히 살펴봤지만 설치된 곳은 거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점자블록이 아예 없는 곳도 있고 음성안내기 소리가 작아 듣지 못하는 곳도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버스정류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오늘 첫 재판이 있었고 법정에서 각 지자체들은 이것이 차별인지 모르겠지만 바꾸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이야기들을 했다”며 “이에 판사는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협의해 보라며 조정위원회로 사건을 넘겼다. 이제 사건은 조정법원으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조정법원에서 지자체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개선해 나갈 것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면서 “버스를 대중교통이라 하지만 장애인은 그 ‘대중’에 속해있지 않다. 기본적인 이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법원에 찾아와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 법원은 명백한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책임질 대상에 책임을 묻고 개선해야 할 사건에 대해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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