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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사찰노예 지적장애인 차별과 억울함 외면한 대법원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1,439회 작성일 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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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사찰에서 승려로부터 노동착취와 폭행, 폭언을 당한 지적장애인이 가까스로 탈출해 수년간 장애인차별에 대한 법정싸움을 벌여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으나 대법원이 이 결과를 뒤집었다.

지적장애인인 당사자 이외에도 비장애인 여러 명이 별도의 급여를 지급받지 못했고, 이미 벌금형이 확정된 폭행에 대해서도 장애인·비장애인 여부와 무관하게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

파기환송은 2심 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어 문제가 있는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가 없으니 그 판결의 효력을 없애기 위해 2심 판결을 ‘파기’하는 것으로,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인해 이번 사건은 다시 2심 재판부의 재판을 받아야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31일 오전 10시 대법원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31일 오전 10시 대법원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와 ‘사찰 내 장애인 학대 사건 면죄부 대법원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연구소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적장애인으로서 지난 1985년 서울 소재의 한 사찰에 들어간 이후 30여 년간 사찰 주지 B씨에 의해 무임금으로 노동을 착취당하는 동시에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상습적인 폭언과 폭력을 당했다.

B씨는 이를 불교의 수행인 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2008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지적장애인 피해자에게 예불, 마당 쓸기, 잔디 깎기, 농사, 제설작업, 경내 공사 등 노동을 시키고 급여 총 1억 2,929만 5,200원을 미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또한 2016년 4월 피해자 명의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소재 아파트를 구입하고, 2018년 1월 피해자 명의의 계좌에 대한 출금전표 2매를 작성해 은행 직원에 제출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이에 장애인단체는 2017년 12월경 가까스로 탈출한 피해자를 도와 2018년 2월부터 고발을 진행했고, 긴 법정 공방 끝에 2022년 6월 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피고인 B씨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에 대해 징역 1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위기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구하라’ 피켓.©에이블뉴스
1심 결과에 대해 피해자 측과 피고인 모두 항소했고 2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방법원 또한 2023년 2월 14일 피고인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법위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에 대해 징역 8개월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2심 판결 역시 낮은 처벌이었으나, 울력을 이해할 수 없었던 피해자에게 승려로서의 의무만을 강조하며 울력을 넘어서는 중노동에도 급여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던 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악의적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 내용은 1심과 동일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하지만 피고인의 상고로 이뤄진 대법원 판결에서 2024년 1월 4일 대법원은 1심, 2심과 달리 장애인차별금지법위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이번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사찰에 거주했던 30여 년 동안 함께 거주했던 스님 중 비장애인도 여럿 있었고 이들에게도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급여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에 대한 총 12회의 폭행 혐의로 2019년 벌금형이 확정된 피고인의 범행에 대해서도 “장애인·비장애인 여부와 무관하게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판시하며 원심에서 인정되었던 피해자에 대한 학대 사실을 모두 부정했다.


31일 오전 10시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경기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임한결 변호사.©에이블뉴스
경기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임한결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최악의 판결이다. 대법원은 가해자 서면만 읽고 말도 안 되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오판을 넘어서 오랜 투쟁 끝에 이뤄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판결”이라며 분노를 토했다.

이어 “대법원은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해서 비장애인과 비교했을 때 유달리 부당한 취급이 아니라면 차별이 아니라고 해석한 판단을 전제로 무죄를 결정했다. 이는 기본도 안 된 아주 잘못된 해석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규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는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해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똑같이 불리하게 대하면 장애인차별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최소한의 상식에도 어긋나는 법 논리다. 대법원의 비상식적인 판결로 인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고 규탄했다.


31일 오전 10시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법무법인 디라이트 공익인권센터 김강원 부센터장(왼쪽)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오른쪽). ©에이블뉴스
법무법인 디라이트 공익인권센터 김강원 부센터장은 “대법원의 판결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판시를 보면 가해자인 피고인의 입장만 고려할 뿐 가장 중요한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시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판결 어디에도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폭력과 학대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피고인은 A씨에 대한 행위를 보호라고 주장한다. 그가 돌봄서비스와 보호의무를 제대로 지켰겠는가. 만약 복지시설, 거주시설에서 이런 행위가 발생했다면 그 시설은 어떻게 평가받았겠는가”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휴지조각으로 전락시킨 법 해석이다. 장애인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여행도 시켜주면 해당 사건의 행위들이 무죄가 된다는 장애감수성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는 “대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가치를 하나의 판결로 무너뜨렸다”며, “법원은 장애인 차별에서 장애인이 사회에서 다양한 차별과 착취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직면하고 그 삶을 들여다보고 장애에 대한 이뤄져야 한다. 법원은 이를 명심하고 이 판결처럼 시대를 역행하는 일을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한 판결의 판결 기준은 장애인에 대한 관점은 독립성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모두 반한다. 이 하나의 판결이 다른 장애인차별에 대한 사건과 판결에 그대로 답습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고 염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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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 기자 bmi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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