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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기사

“경찰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1,290회 작성일 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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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오후 5시경 25세 자폐성장애인 아들이 혼자 나가 있는 시간에 휴대폰 전화벨이 울렸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다. 보이스피싱 아니면 보혐회사 아니면 경찰이다. 보이스피싱이나 보험회사면 차라리 좋다. 확인하고 바로 끊어 버리면 된다. 경찰은 확인하는 순간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경찰이었다.

“OOO이 아드님이 맞죠. 아드님 주민번호가 어떻게 되나요? 신원확인을 하려고 합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엄마입니다. 아들의 주민번호는 OOOOOO-OOOOOOO입니다.”

“여기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펠리스 아파트인데요. 아드님이 교복 입은 여학생 뒤를 팔짝팔짝 뛰고 히히히 소리를 내고 웃으면서 따라와서 아파트 공동 출입문 뒤에 바싹 붙어서 함께 아파트에 들어왔다고 하네요. 그 여학생이 무섭다고 신고를 했습니다. 여기 그 여학생 아버지께서도 와 계시는데요. 통화 한번 해 보시지요.”

아들이 앞에 가는 사람을 따라간 것은 두 가지 이유다. 그 집 앞에 가서 현관문이 열리면 보이는 현관에 붙어있는 센서 등을 보고 싶었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 보면서 전망대에 온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 아들이 자폐성 장애인이라서요. 달리 나쁜 의도가 있어서 따님을 따라간 것은 아니고 현관문이 열리면 보이는 센서등을 보고 싶어서 따라갔거나 높은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어서 입주민만 들어갈 수 있는 공동현관문이라서 함께 들어가야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어서 따라 갔을 것입니다. 다음부터 절대로 그 아파트 근처에는 가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겠습니다.”

“제 딸이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 팔짝팔짝 뛰고 히히히 소리를 내며 웃으면서 따라오니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아드님이 자폐성장애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는 사람이니까 알 수가 없어서요. 주의 좀 당부드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학생 아버지의 음성은 전혀 격앙되지 않았고 부드러웠으며 선량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정말 다행이었다.

경찰이 다시 전화기를 넘겨받았다.

“여기 다시는 못 오게 하셔야 합니다. 아드님이 혼자 여기저기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하시면 안 됩니다 혼자 돌아다닐 수 있으면 다시 올 수도 있는데 어떻게 못 오게 하실 것인가요?”

“제가 최대한 다시는 타워팰리스에 가지 못하게 주의를 주겠습니다. 제가 같이 다니거나 활동보조인(활동지원사)을 신청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장 자폐성 장애인 아들 보호자로서 책임을 모면해 보고자 궁색한 변명이라도 해야 했다. 사실 내가 해결책이라고 제시해야만 했던 내가 같이 다닌다거나 활동보조인 신청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아들은 밖으로 나가면 5분 만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서 보이지도 않는다. 25세 된 아들의 달리기 속도를 58세가 된 내가 따라잡을 수가 없다. 활동보조인도 아들이 혼자 다닐 수 있어서 절대로 배정해 주지 않는다.

아들은 타워펠리스 69층 아파트 꼭대기 층에 올라가고 싶은데 아파트 출입문이 공동현관문이라서 비밀번호나 카드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앞에 가는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서 들어갔다.

아파트에 들어가서는 건물을 관리하시는 마음씨 좋은 경비원께 부탁을 했더니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카드를 찍어주셨다. 따라갔던 그 여학생은 입주민용 엘리베이터를 탔고 아들은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탔다. 꼭대기 층에 가서 전망대에 온 기분을 내고 1층에 내려왔더니 그 여학생과 여학생 아버지 그리고 경찰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1시간 이상 동안 화물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들을 붙잡고 계속 반복적으로 질문했다.

“여기 왜 왔느냐?”

“엘레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에 올라가서 전망대 온 기분을 내고 싶어서요.”

“왜 이 여학생 뒤를 따라 왔느냐?”

“입주민을 따라가야 저도 들어갈 수 있어서요.”

절대로 여기 다시는 오면 안 된다는 경고도 했다.

“네. 다시는 오지 않겠습니다.”

경찰은 아들이 계속 그 주위를 배회 하는 것이 걱정 되었는지 양재역까지 동행했다. 아들이 지하철역사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 경찰은 다시 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드님이 지하철역사로 들어갔는데 지하철 타러 안 가고 배회하지 못하도록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하세요.”

“네.”

“이전에도 이런 일로 입건된 적이 있으시죠?. 충분히 입건될 사안인데요. 상대가 원하지 않았는데 폴짝폴짝 뛰면서 히히히 소리를 내고 웃으면서 따라간 것은 스토킹 범죄에 해당될 수도 있고 입주민만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 공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왔으면 주거침입죄에 해당 할 수도 있습니다. 아드님이 따라 갔던 여학생과 부모님이 스토킹 범죄와 주거침입죄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조사받으러 오셔야 할 수 있으니 전화하면 전화 잘 받으세요.”

“아들이 자폐성 장애인입니다. 아직도 동요를 듣고 동화책을 보는 정신연령이고 높은 건물 올라가는 것을 좋아해서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어서 앞에 가는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갔을 것입니다. 스토킹할 의사는 전혀 없었을 것입니다. 남의 집에 들어갈 마음도 없었을 것입니다. 아들이 혹시 그 여학생을 만지거나 따라가서 그 여학생 집에 들어가려고 했나요?”

“아니요. 그런 행동은 전혀 없었습니다. 단순히 그 여학생을 따라서 아파트 안에 들어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왔습니다. 아드님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똑똑합니다. 묻는 말에 대답을 다 했고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기에 찾아온 것을 보면 충분히 스토킹 범죄나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아들을 키우면서 처음으로 경찰한테 가장 최근 검사 결과 10살 정도의 지능인 아들이 똑똑하다는 말을 듣고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무지함에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나는 그날 밤 아들이 고소당할 수 있다는 경찰의 협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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