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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디지털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디지털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디지털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국내법과 제도들은 강행규정이 아니고 민간 영역에서 강제되지 않아 실질적인 정보접근권 보장에 한계가 있다.
반면 유럽연합(이하 EU)의 경우 ‘물품 및 용역에 관한 접근성 요건에 관한 지침’(유럽접근성법)을 통해 공공의 영역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적용이 강제되는 장애인 디지털 정보에 관한 접근성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KoDDISSUE에 최근 게재된 ‘장애인의 디지털 정보접근권 실현을 위한 유럽접근성법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연구책임자 한국법제연구원 장민영 연구위원)에서는 유럽접근성법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장애인의 디지털 정보접근권 보장 실현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정보접근권’ 일상생활·노동·교육 등 사회·경제적 활동에 큰 영향
정보접근권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접근권은 단순히 기기나 서비스에 대한 보유나 접속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 및 서비스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공유하며 전달할 수 있는 것을 포함해 기기나 서비스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역량까지 포괄한다.
디지털 정보접근권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보접근권을 의미하며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은 그 자체로 권리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 각종 정보를 검색하거나 이용할 수 없을 것이고 자신의 의사나 견해 등을 전달할 수 없으며 사람들과 연락 하거나 소통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의 접근은 사회·경제적인 기회·활동·편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터넷쇼핑이나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게 되면 필요한 물품구매나 금융거래도 온라인으로 할 수 없게 돼 불편을 겪을 것이고 온라인을 통한 구직 및 근무를 못하게 된다면 일할 기회도 제한을 받게 될 것이며 온라인 수업을 활용할 수 없다면 교육의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지털 정보접근권은 다른 권리나 자유의 전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사회에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유럽접근성법’ 공공·민간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 디지털 정보접근성 보장 규정
EU는 2019년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보접근권 보장 측면에서 기념비적인 규범을 제정했다. ‘물품 및 용역에 관한 접근성 요건에 관한 지침’(이하 유럽접근성법)이다.
유럽접근성법의 입법목적은 디지털 물품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요건과 관련해 회원국 간 법령 및 정책의 간극을 줄임으로써 역내 시장에서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입법목적의 근간에는 디지털 사회에서 장애인 등 정보취약계층의 정보접근권 보장이 보다 제고돼야 한다는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접근성법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는 디지털 환경에서 장애인 등의 정보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공적 부분뿐만 아니라 민간 부분에서도 적용이 강제되는 접근성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접근성법은 제조·수입·배포되는 모든 영역에서의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제품 및 서비스가 공공조달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공공 부분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기기 및 서비스인지 여부에 무관하게 공공 부분이든 사적 부분이든 동일하게 장애인의 디지털 정보접근성 보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디지털 정보접근성과 관련해 매우 상세한 요건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법은 회원국으로 하여금 출시되는 물품 및 서비스가 법 조항이 정하는 접근성 요건에 부합하도록 입법화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요건까지 구체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한편 유럽접근성법은 지침으로서 그 자체로 EU 회원국에 직접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EU 회원국으로 하여금 접근성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각자 국내법을 제정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프랑스,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EU의 회원국들은 새롭게 법률이나 하위법령을 제정하거나 종래의 법령을 개정해 공공 및 민간 부분에서의 디지털 정보접근성 요건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제재하도록 해 EU 접근성법이 정하는 각종 사항을 충실하게 준수하고 있다.
대한민국 ‘장애인 디지털정보 역량 및 활용 수준’ 각각 75.6%·82.5% 불과
대한민국은 국제 사회에서 디지털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디지털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에 따르면 장애인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82.87%에 그쳤다. 특히 디지털정보 접근 수준은 98%에 달하지만, 더욱 핵심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정보 역량 수준과 활용 수준은 각각 75.6%와 82.5%에 불과했다.
국내법의 경우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지능정보화 기본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 여러 법률에 산재해 관련 규정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강행규정이라기보다는 일반원칙적인 수준의 권고적 조문일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포괄적이면서도 중복적이어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법제적 방안 마련과 추진에는 한계가 있고 실효성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이러한 규정들은 공공 부분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민간 영역에는 강제되지 않아 민간 영역에서의 영향력이 큰 디지털 정보접근권의 특성상 실질적인 보장에 한계가 있다.
장애인 디지털 정보접근권 보장 의무 강행·개별법 제정 등 제언
보고서는 “민간 분야에서 정보접근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디지털 환경의 특성상 정보접근권 보장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디지털 정보접근권이 구체적·개별적 권리로서 존중되고 실현될 수 있기 위해 정보접근성 보장이 국가의 필수적 의무일 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도 준수해야 하는 의무로 관련 규정들을 점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디지털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개별법 제정을 통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법 제적 방안을 마련·추진해야 한다. 이 법에는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의 수립·시행부터 전담기관의 구성·설립, 이해관계인의 정책 참여, 실태조사, 정보접근성 보장 및 이행점검, 관련 기술개발 지원, 제품의 지원 및 활용 촉진, 전문인력의 양성 등 디지털 정보접근권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들이 전문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디지털 정보접근권 관련 기술 및 제품 개발지원, 제품 및 보조기기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관련 법은 현재 ‘지능정보화 기본법’ 등 여러 법률에서 규율돼 있지만, 지원 관련 규정들의 적용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다 보니 디지털 정보 접근권 관련 조치들이 충분히 포함돼 추진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며 “디지털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전략적인 지원 및 활성화 방안을 도입·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행법에서는 관련 규정들이 임의적 성격을 갖다 보니 이행을 강제하는 방안들을 구비할 수 없다. 이에 향후 입법에서는 관련 규정들이 의무로 규율돼야 하며 이러한 의무가 충실하게 이행되기 위해서는 이행을 독려하는 한편, 위반의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수단들도 함께 마련되는 등 이행확보를 위한 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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