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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소 내 보조인 동반 제지
장애계 "세심한 배려 있어야"
도선관위 "법적 권리는 아냐"
"어떻게 찍었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억울해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고민정(45·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지난 4·15 총선 당일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신체 장애가 있는 유권자는 활동 보조인과 기표소 동반 출입이 가능하다는 법 규정이 있음에도 동반 출입 자체가 불허됐다. 투표 장소는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내서중학교였다.
손 떨림 증상이 심해 활동 보조인의 투표 보조가 필요한 그였지만, 투표소 직원은 고 씨에게 "기표소 동반 출입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고 씨가 "기표소에 (보조인과) 같이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투표소 직원은 "발달장애가 있더라도 혼자 투표를 하고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동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투표소 직원 제지에 막혀 이날 오전 10시께 혼자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권을 행사하고 나왔다. 고 씨는 "(지난 선거에서) 직원들이 기표소에 (보조인과) 같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선거 때마다 겪는 일"이라며 "이번에는 될 듯이 말하더니 결국은 안된다고 했다. 기표소에서 어떻게 찍고 나왔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강모(24·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투표소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지적장애가 있는 강 씨는 사전 투표일인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께 문화동 소재 투표소에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기표소 동반 출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투표소 직원은 "혼자 이름을 쓸 수 있으면 기표소에 같이 들어갈 수 없다"며 이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후 해당 직원은 강 씨에게 투표하는 방법을 설명했으나 강 씨가 돌연 투표를 못 하겠다고 하자, 결국 이들의 동반 출입을 허용했다.
강 씨 어머니 박모 씨는 "지난 선거 때도 동반 투표를 했다는 점과 우리 아이가 손 떨림이 심하다는 사실을 투표소 직원에게 설명했다. 그런데도 같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더니 결국엔 동반하라고 해서 같이 기표소에 들어갔다.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져서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제157조 6항에 따라 신체의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 발달장애를 가진 유권자들은 활동 보조인이나 부모의 도움을 받아 기표소 동반 출입을 할 수 있다고 유권 해석을 하고 있다.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황현녀 마산장애인인권센터 소장은 27일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앙선관위가 선거사무지침에서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지침을 일방적으로 삭제했다. 그 과정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장애인단체 등과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다"라며 "대리투표를 우려하는 것이라면 대안이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지 단순히 발달장애인을 제외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모든 장애인이 세심한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선거 풍토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선관위는 "발달장애인이라고 해서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는 법상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서중학교에서 투표했던 발달장애인의 경우 투표소에 와서 선거인명부에 직접 서명까지 해 기표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보조 없이도 투표하고 나갔기 때문에 이를 두고 참정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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